4색전에 자신감·우려 교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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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청년 자원봉사 단발식이라는 이름의 1단계 전국 유세가 끝나고 민주·평민·공화당등으로 야권이 재천됨에 따라 민정당은 2단계 선거전략에 골몰하고 있다.
○…민정당은 야권 판도의 변화에 따라 4파전 양상이 현실로 나타난 것은 일단 바람직한 구도라고 본다.
사실 민정당은 1차 유세에 들어갈 무렵만 해도 양김의 단일화가능성이 있는 데다 노총재의 대중정치인으로서의 지명도가 상대적으로 양김보다 낮아 적지 않은 부담감을 가졌었다.
이 때문에 당직자들은 『양김은 절정에서 시작하고 우리는 바닥에서 올라간다는 각오로 임하자』고 말하곤 했다.
그러다가 양김간에 단일화시비와 관련해 서로 양보 않는 낮은 수준의 경쟁이 벌어지고 노총재의 언행이 「부드럽다」「군인답지 않다」는 반응을 일으키면서 각종 비공개 여론조사가 유리하게 나타나자 한때 『4파전이면 승리는 틀림없다』는 낙관론까지 고개를 들었었다.
실제 이런 낙관론은 아직까지도 당내에 상당히 남아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이런 낙관론을 뒷받침하는 것이 6·29이후부터 꾸준히 실시하고 있는 비공식 여론조사의 결과다. 몇 개 채널을 통해 민정당이 받아보는 여론조사 결과는 실제 4주자중 노총재가 가장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특히 양김이 후보단일화절충에 실패한 직후인 10월과 그 직전의 조사결과는 노후보가 상당한 격차로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
그러나 그런 낙관론이 최근에 와 다소 고개를 숙이고 일부에선 낮은 소리로나마 조심스런 우려를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것은 △김영삼 민주당총재의 10·17부산대회△노총재의 호남순방 때 겪은 분위기△양김 분열후의 여론동향 등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민정당은 지역적으로는 영남, 계층적으로는 중산층을 겨냥한다는 점에서 김영삼씨와 상당한 부분 기반이 중복됨으로써 그와의 경쟁이 중요한 열쇠의 하나라고 본다. 그런 점에서 김총재의 부산대회는 여권에 유쾌하지 못한 반향을 일으킨 것 같다. 의외로 김총재가 강세를 보이는 게 아닌가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또 광주에서는 교통경찰이 노총재가 탄 버스를 우선적으로 보내주지 않을 정도로 냉랭했고 이리에서는 대학생들의 방해로 행사를 하지 못했다.
그리고 각종 여론조사도 양김의 결별이 기대만큼 민정당의 인기를 높이는 작용을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실제 가장 최근의 어떤 여론조사의 결과는 노총재 우위는 유지되고 있지만 그 격차가 많이 줄었다는 설도 있다.
그러다가 민정당은 지난 10월24일의 대구대회를 계기로 새로운 자신감을 얻은 것 같았다. 많은 인파가 노총재를 환영하고 열기가 높았던 것이다.
그렇지만 야심적으로 준비했던 서울대회가 당내 이논없는 실패로 끝나자 민정당에는 다시 「민정당의 인기와 여론을 냉정하게 직시하자」는 자생의 소리가 높다.
첫째 중앙당의 총괄능력부족과 무계획성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둘째 서울시출신의원들을 예로 들면서 의원들의 대통령선거에 대한 열성이 의심받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으며 자금의 사용을 둘러싼 여러 소문들도 나돌고 있다.
또 그동안 노총재가 끊임없이 만나온 직능단체·각계대표들과의 대화가 실질적 득표효과와 어느 정도 연결될까하는 지적도 있다.
이런 점들을 두루 감안한 민정당의 2단계 선거전략이 어떻게 나올지 관심사다.
○…서울대회를 포함해 10차례 있었던 청년자원봉사단 발단식을 계기로 한 1단계 유세에서 민정당은 당원의 사기진작과 대청년층 알레르기를 극복했다고 자평하고 있다.
사실 유세에 들어가기 전까지만 해도 민정당지도부는 4·13호헌선언→6·10전당대회→6·29선언으로 이어지는 뒤죽박죽의 과정을 통해 당원들이 겪은 좌절과 실망감이 어떤 수준의 호응도로 나타날지 내심 걱정했었다.
더욱이 야당의 두김씨가 대중집회를 휩쓸고 다닐 때 민정당의 모습이 초라한 대조를 보이지는 않을지 여간 조마조마한 것이 아니었다.
이런 기준에서 보면 일련의 민정당 집회가 나름대로 성공적이었다는 주장은 어느 정도 수긍될 수도 있다. 야당과는 달리 대부분 실내에서 1만여명내외의 당원들을 상대로 한 집회였지만 대학생을 포함한 젊은층의 대거참여, 「노태우」를 향한 그들의 함성과 열기등은 종래 민정당집회의 분위기와는 확연히 다른 일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가능성과 희망적 조짐 못지 않게 민정당의 문제해결 능력에 한계가 있고 극복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있다는 것 또한 입증되었다.
첫째는 야당과의 명분싸움에서 좀체 뛰어넘기 힘든 벽 같은 것을 확인한 점이다. 그 핵심은 김영삼·김대중씨가 경쟁적으로 치고 들어오는 군정종식과 권력주변에 관한 유언비어의 추궁으로 집약된다.
이를테면 『다시 또 보안사령관 출신의 육군대장을 대통령으로 뽑을 것이냐』는 양김의 슬로건과 『군을 잘 아는 나야말로 문민정치의 징검다리』라고 하는 노총재의 설득간에 뭔가 불균형 같은 것이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민정당측은 예상되는 야당의 공격거리에 대해 나름대로 선제해명을 하는 작전으로 나왔다.
『대형사건·인권문제 등 잘못한 것은 인정하고 사과할 것은 사과하겠다』『광주사태 앞에 나는 빚을 진 사람의 입장이다』.
『전남도민과 광주시민의 민주화의지가 6·29선언의 어머니였다』『청와대에 들어갈 때의 재산과 떠날 때의 재산을 같게 하겠으며 나의 주변사람들은 내가 대통령이 되는 것만을 기쁨으로 여기게 하고 어떤 형태로든 인사나 이권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등등….
나중에 이 약속을 지키든 안 지키든 제쳐놓고 듣기에 따라서는 노총재가 처한 현재의 입장에서는 무척 말하기 어려운 내용이 담겨있어 노총재 주변에서는 사실상 제2의 노태우 선언이 나온 것이나 다름없다고 풀이하고 있다.
또 이 같은 노총재의 문제파악과 현실인식이 국민의 마음속에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노총재가 누구보다도 이 정권의 실정과 인기하락 요인을 잘 알고 있으며 그것을 해결하려는 자세를 갖추고 있으니 이해해 달라는 전략이며 선거일이 임박하면 해명내용과 표현이 좀더 강해질 가능성이 있다.
노총재는 대통령선거일이 공고될 때까지 10∼15일간 20여 개 중소도시를 순방하면서 1차 유세의 여세를 확산하고 본격적인 유세는 선거공고이후에 펼치기로 했다.
때문에 2단계에서는 작은 목소리로 야당의 분당으로 인한 반사 이득을 최대한 취하고 양김씨의 대오정비와 전력소모양상을 보아가면서 신축성 있게 대응할 방침이다.
민정당에 양김의 정치행태를 비판하는 유인물이 부쩍 많이 나돌고 지역구별 국지적 공약주문이 폭증하고 있는 것은 흥미 있는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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