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산되는 아키에 스캔들 … 방위상도 연루 인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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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부인 아키에(昭惠) 여사가 연루된 학교법인 모리토모학원의 국유지 헐값 매입 의혹이 전방위 정권 스캔들로 확산되고 있다.

모리토모학원과 관련 없다던 #아베 최측근 이나다 방위상 #학원 변호사 맡았던 것 드러나

14일 아사히 신문 등에 따르면 아베의 최측근인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사진) 방위상이 과거 이 학원의 변호사로 일했던 사실이 밝혀졌다. 이날 이나다는 기자회견에서 “모리토모학원이 제기한 민사소송에 원고측 변호사로 나선 적이 있다”고 인정했다. 이나다는 대표적인 극우 정치인 중 한 명으로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를 현직 방위상으론 처음으로 참배한 인물이다.

그동안 이나다는 자신이 모리토모학원의 변호사였고 가고이케 야스노리(籠池泰典) 이사장과도 각별한 사이라는 세간의 의혹을 부인해왔다. 이나다는 13일 국회에서 “가고이케에게 법률상담을 제공한 적 없다. 그들을 대리해 재판에 나선 적도 없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이후 야당 측이 2004년 이나다가 모리토모 측을 변호했던 법정 기록을 제시하자 말을 바꿨다. 14일 이나다는 “13년 전의 일이라 전혀 기억에 없다. 아마 당시 모리토모 측의 고문 변호사를 맡고 있던 남편을 대신해 재판에 나갔던 것 같다”고 말했다.

모리토모학원은 일본 오사카를 중심으로 유치원과 보육원 등을 운영하는 사설 학교법인이다. 일왕에 충성을 맹세하는 제국주의 시대의 ‘교육칙어’를 학생들에게 암송하게 하는 등 우익 교육으로 유명하다. 그동안 아베를 비롯한 우익 정치인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아왔다.

그러나 이 학원이 부속 쓰카모토유치원의 어린이들에게 “아베 총리 힘내세요. (집단적 자위권 규정한) 안보법제 국회 통과는 잘한 일”이라는 정치적 구호를 외치게 하고, 학생들을 “무사”라고 부르며 허리에 칼을 채우는 등 도를 넘은 우익 교육을 실시한 사실이 지난달 드러나면서 일본 열도는 충격에 빠졌다.

이후 이 학원이 지난해 6월 초등학교 설립을 추진하면서 오사카의 부지를 정부 감정가의 14%에 불과한 헐값에 매입했다. 또 아키에를 이 초등학교 명예교장에 위촉해 학교 이름을 ‘아베 신조 기념 초등학교’로 명명하려 했다는 사실도 드러나면서 ‘모리토모 스캔들’은 일파만파로 확대됐다. 또 우익단체 일본회의 임원이기도 한 가고이케가 부지 매입 과정에서 고노이케 요시타다(鴻池祥肇) 전 방재담당상 등 아베 정부 인사들과 교류하며 편의를 제공받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아베 총리는 국회에서 “우리 부부가 이 학원과 관련이 있다면 총리와 국회의원직을 모두 그만두겠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야당은 가고이케의 국회 소환을 추진하고 이나다의 퇴진을 요구하는 등 공세를 계속하고 있다. NHK가 지난 10일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 아베의 지지율은 한달 전에 비해 8%포인트 하락한 51%에 그쳤다.

이기준 기자 forideali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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