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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린나이에 삼성 도전, 빨래 건조기 시장 뜨겁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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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지난해 가스 건조기를 설치한 워킹맘 고모(38)씨는 빨래 건조기 전도사다. 주변의 워킹맘들에게 “없어선 안 될 제품”이라고 추천하고 다닌다. “일하고 들어와서 빨래 널고 걷기가 은근히 힘들거든요. 빨래 너는 품도 줄었지만, 날씨 신경 안 써도 되니 좋아요. 습하면 안 말라 걱정, 미세먼지 낀 날은 빨래 더러워질까 걱정이잖아요.” 그는 “가스비가 예전보다는 더 나오지만, 아기 옷이 깨끗하게 관리되는 것 같아 전혀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아파트 확장,미세먼지에 필수품화 #주부들 입소문 타고 가파른 성장 #지난해시장 규모 10만 대 수준 #올해는 3~4배로 급팽창 전

다음 주 이사를 앞둔 주부 임 모(35)씨는 최근 전기 건조기를 계약했다. 30평대 아파트이지만 거실 베란다를 확장하고 나니 빨래 널 공간이 나오지 않아서다. 임 씨는 “가족이 주로 생활하는 거실에 빨래 건조대를 펴놓기가 뭐해 건조기를 샀다”며 “요즘 이사할 때는 대부분 세탁기와 함께 건조기도 산다고들 하더라”고 말했다.

LG전자가 올해 2월 내놓은 신제품 전기건조기 트롬 RH9WA. 8㎏·9㎏ 두 종류이며 120만~150만원대. [사진 각 업체]

LG전자가 올해 2월 내놓은 신제품 전기건조기 트롬 RH9WA. 8㎏·9㎏ 두 종류이며 120만~150만원대. [사진 각 업체]

건조기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주부들 사이에 입소문이 무섭다. 지난해 국내 건조기 시장은 10만대 규모로, 전년의 5만대에 비해 2배 늘었다. 이 성장세가 올해는 더 가파를 거란 게 업계 전망이다. 사실상 LG전자와 린나이 뿐이던 건조기 시장에 삼성전자가 13일 진출하면서다.

업계 관계자는 “건조기 시장이 본격 성장할 거란 판단에 삼성까지 들어온 걸로 본다”며 “올해 건조기 시장은 30만~40만대 규모로 커질 거란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린나이가 2~3인용 가구를 겨냥해 내놓은 가스 건조기 해밀. 4㎏·6㎏ 두 종류로 75만~90만원대. [사진 각 업체]

린나이가 2~3인용 가구를 겨냥해 내놓은 가스 건조기 해밀. 4㎏·6㎏ 두 종류로 75만~90만원대. [사진 각 업체]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건조기는 가스 배관을 연결해 쓰는 제품이 대부분이었다. 뜨거운 바람으로 빨래를 말리다 보니 전기식으론 요금 감당이 안 돼서다. 배관 공사를 따로 해야 해 설치가 번거롭고 비용이 발생한다는 점은 건조기 시장이 확대되지 않는 주요 원인으로 지적됐다.

그런데 지난해 여름 LG전자가 ‘히트 펌프’ 방식의 저온 제습을 내세운 전기 건조기를 출시하며 판도가 확 바뀌었다. 설치와 이전이 간편하다는 점이 소비자의 심리적 장벽을 허문 것이다. 열풍식 건조기에 비해 전기료가 3분의 1 수준이라는 것도 큰 메리트다.

삼성전자가 13일 출시한 전기건조기. 9㎏ 용량에 화이트와 플래티넘 이녹스 색상으로 가격은 119만~139만원대. [사진 각 업체]

삼성전자가 13일 출시한 전기건조기. 9㎏ 용량에 화이트와 플래티넘 이녹스 색상으로 가격은 119만~139만원대. [사진 각 업체]

삼성전자가 13일 국내에 내놓은 전기 건조기도 ‘히트 펌프’ 방식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5㎏ 빨래를 기준으로 1회 건조에 전기료가 180원 정도 나온다”라며 “고온 열풍 건조 방식에 비해 옷감 손상이 적은 것도 저온 제습 방식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원래 건조기는 북미 시장에선 ‘필수 가전’으로 통한다. 세탁기가 10대 팔릴 때 건조기는 9대 팔리는 수준이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세탁기와 건조기를 함께 구매하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주요 가전회사들은 디자인과 색상을 통일한 세탁·건조기를 세트로 묶어 내는 편이다.

그동안 국내에서 건조기 시장이 크지 않은 건 ‘빨래는 자고로 햇볕에 말려야 한다’는 인식이 워낙 깊숙히 자리잡아서다. 인식이 바뀌기 시작한 데는 주거 문화의 변화와 대기 오염이 큰 영향을 미쳤다.

노경탁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상복합 아파트나 베란다 확장 등으로 빨래를 널 공간이 없는 집이 점점 늘고, 미세먼지 때문에 창문 열고 빨래를 말릴 수 있는 날도 얼마 되지 않는다”라며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특히 건조기가 필수 가전으로 자리잡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주문이 몰려 올해 들어선 주말을 포함해 하루도 건조기 공장이 쉬질 못했다”라며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두배가 넘게 늘었고 매월 판매량을 갱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전업계는 건조기 시장이 10년 안에 국내 세탁기 시장의 절반 수준인 연간 100만대 규모로 성장할 걸로 전망하고 있다. 북미처럼 집이 크지 않아 세탁기 수준까지 시장이 확대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거란 얘기다.

건조기를 고를 땐 가정의 전기 사용량을 잘 따져봐야 한다. 전기 건조기가 설치가 간편하고 이전도 쉽지만 에어컨을 많이 사용하는 여름철엔 누진요금제 때문에 사용이 망설여질 수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자주 이사를 할 계획이 없고 가스 배관 연결이 쉽다면 가스 건조기가 경제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며 “보풀과 먼지를 제거하는 기능이 있는지, 옷감 손상을 어떻게 최소화하는지 등을 따져보면 좋다”고 조언했다.

임미진 기자 mi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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