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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대선에 들썩이는 테마주…풍문 유포만 확인되도 과징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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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당사는 현재 사업적 관련성이 없다.”

 코스피 상장사 DSR이 13일 공시한 내용이다. 합성섬유 로프, 스테인리스 와이어 등을 생산하는 이 회사 주가는 지난 5개월간 223.7% 올랐다. 최대주주인 홍하종 DSR제강 대표이사가 문 전 대표와 같은 경남고를 나왔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10월 24일 4445원이던 DSR 주가는 다음날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하자 2주간 두 배 넘게 치솟았다. 이상 주가 상승이 계속돼 한국거래소가 올 1월 조회공시를 요구할 정도였다. DSR은 “(시황 변동에 영향을 미칠) 중요한 공시사항이 없다”고 밝혔지만 주가는 1만4600원(지난 10일)까지 고공 행진을 했다. 문 전 대표 연관성을 직접 부인한 뒤에야 전 거래일보다 7.19% 내린 1만3550원으로 상승세가 꺾였다.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대선 국면이 펼쳐지자 정치 테마주가 또 기승이다. 이달 들어 문 전 대표와 관련이 없다는 해명 공시를 낸 상장사만 DSR, 바른손, 우리들휴브레인, 위노바 등 4곳에 이른다. 바른손은 문 전 대표가 변호사 시절 몸담았던 법무법인 부산과 2007년 법률고문 계약을 맺은 적이 있다는 이유로, 우리들휴브레인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주치의인 이상호 우리들병원장과 관련된 회사라는 이유로 문재인 테마주가 됐다. 모두 해명 공시 이후 많게는 하루에 11.85%까지 주가가 내렸다.

 안희정 충남지사 테마주로 분류되는 SG충방은 13일 코스피시장에서 전 거래일보다 15.84% 오른 7900원에 장을 마감했다.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일 하루 가격제한폭(30%)까지 올랐다. 이 회사는 대표이사가 안 지사와 친분이 있다는 단순 풍문만으로 주가가 뛰었다. 충남 공주시에 본사가 있어 안희정 테마주가 된 자연과환경도 같은 날 15.43% 급등했다. 이날 백금T&A(6.73%), 엘디티(1.81%), 원풍(0.71%) 등 안 지사 테마주들은 일제히 오름세를 기록했다.

 상대적으로 등락폭이 작지만 여권 후보 관련주도 들썩인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관련주로 지목된 대신정보통신은 연일 주가가 요동치자 "유 의원과 대표가 미국 위스콘신대 동문인 것은 사실이나 사업과 전혀 관련이 없다"고 13일 공시했다. 이후 5.41% 내려간 21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삼일기업공사, 영신금속 등도 대표이사가 유 의원이 나온 위스콘신대를 다녔다는 이유로 유승민 테마주가 됐다.
 당국은 집중 점검 및 단속에 나섰다.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은 조기 대선까지 정치 테마주 150여 개 종목을 집중 감시해 부정거래 혐의가 발견되는 즉시 무관용으로 대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금융감독원, 검찰, 한국거래소와 합동으로 꾸린 시장질서확립TF를 통해 허위 풍문 유포, 허수 호가, 상한가 굳히기, 초단기 시세교란행위 등을 집중 단속 중이다. 현재 5개 종목에 대해서는 정밀 분석에 들어갔다. 금융위 관계자는 “목적 없이 단순 허위사실ㆍ풍문을 유포해도 시장질서 교란행위에 해당돼 과징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며 투자자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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