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가족] "환자 고통 최소화하는 글로벌 병원 만들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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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선병원 선승훈 의료원장

“서울의 대학·대형병원들이 앞다퉈 시스템을 배우러 가는 병원이 있다. 해외에 있는 병원도, 서울에 있는 병원도 아니다. 대전에 있는 선병원이다. 일본 가메다병원을 포함해 외국 유명 병원도 줄을 잇는다. 50여 년 전 정형외과의원(부친 고 선호영 박사)으로 출발한 선병원은 종합병원을 거쳐 아들 세대에서 대전선병원, 유성선병원, 선치과병원, 국제검진센터를 갖춘 의료원으로 성장했다.

성장의 중심에는 선승훈(사진) 의료원장이 있다. 아버지의 부름을 받고 1993년 그가 합류하면서 병원은 혁신을 거듭하기 시작했다. 당시 전국 병원에 없던 친절·서비스 개념을 처음 도입한 것이 선 의료원장이다. 환자가 묻기 전에 먼저 일어나 응대하는 ‘발딱 응대’는 이미 병원계에서 유명하다. 그를 만나 병원 경영철학과 미래 병원의 역할에 대해 들었다.

대전에서 만난 그는 “요즘은 친절이라는 단어를 잘 안 쓴다”고 했다. 이미 친절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어서다. 지금은 ‘환자 중심’이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지만 당시는 누구도 병원의 친절을 논하지 않던 때다. 선 의료원장은 “당시는 병원이 소위 ‘갑’이었던 시절”이라며 “‘선병원에 왔더니 행복하다’는 경험을 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친절경영은 선병원의 일부에 불과하다. 병원 직원의 업무, 안전관리를 스스로 매뉴얼화하고 응급실 5분 내 전문의 진료, 360도 환자 모니터링이 가능한 중환자실 스테이션, 곁에서 24시간 상주 가능한 별도 공간의 중환자실 보호자대기실 등을 선제로 도입했다. 다른 병원보다 항상 10년 이상 앞서 갔다. 환자를 위한 병원 시설 업그레이드와 리모델링은 수시로 이뤄진다. 병원 자체적으로 리노베이션 팀이 구성돼 있을 정도다.

이런 선병원의 선진 시스템은 해외로도 수출된다. 선 의료원장은 “최근 벨라루스 민스크에 설립되는 가즈프롬 메디컬센터의 운영 방법, 매뉴얼 등 컨설팅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소개했다. 국내 의료기관이 유럽에 병원 시스템을 수출하는 것은 이번이 최초다. 선병원 검진센터, 치과병원에 대한 해외 컨설팅 제안도 끊이지 않는다. 선병원의 시스템이 고스란히 세계로 뻗어나가는 것이다.

선 의료원장이 생각하는 병원의 다음 모습은 어떤 걸까. 그는 ‘스마트병원’과 ‘고통의 최소화’를 키워드로 꼽았다. 그는 “모바일 헬스가 접목되고 빅데이터에 기반한 정확한 진단, 치료 과정에서 공포감을 주는 고통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병원의 모습이 변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선병원은 단순히 진료 예약에서 끝나지 않고 환자가 치료 계획을 확인하고 모바일 결제를 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앱)을 이미 도입하고 있다.

특히 현재 증축 중인 유성선병원에는 ‘클린 존’과 ‘더티 존’으로 나눠 병원 폐기물을 사람이 아닌 로봇이 오염도에 따라 관리하는 무인물류자동화시스템이 도입될 예정이다. 선 의료원장은 “메이요클리닉, 클리블랜드클리닉 등 세계 유명 병원은 모두 불리한 조건과 여건을 극복해 탄생했다”며 “앞으로도 세계적인 병원으로 거듭나도록 혁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류장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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