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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3월 10일, 분열과 갈등의 끝이어야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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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주사위는 던져졌다. 박근혜 대통령 개인의 운명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할 ‘심판의 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어제 헌법재판소는 탄핵심판 선고일을 10일 오전 11시로 최종 확정했다. 지난해 12월 9일 국회가 탄핵소추를 의결한 지 정확히 92일 만이다. 대한민국은 이제 인용이나 기각 혹은 각하의 세 갈림길 앞에 서게 됐다.

  8인의 재판관은 ‘최순실 등 비선조직에 의한 국정 농단에 따른 국민주권주의와 법치주의 위반’ 등 탄핵 사유에 대한 법리 검토를 마무리했다. 이제 재판관들 개개인의 의견을 내놓는 마지막 평결만 남겨놓았다. 탄핵이 인용되면 박 대통령은 곧바로 대통령직에서 파면된다. 3명의 재판관이 탄핵을 반대하면 기각되고, 대통령은 즉시 직무에 복귀한다. 하야라는 최후의 돌출 변수는 아직 유효하지만 현실화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내일이면 어떤 형식이든 대한민국은 이제껏 가보지 않은 길을 걷게 될 것이다.


  이번 탄핵심판은 헌정사에 한 획을 긋는 의미를 담고 있다. 국정 공백은 차치하고라도 해방 이후 최악의 극단적 분열과 갈등이라는 엄청난 비용을 치르고 있다. 선고가 초읽기에 돌입하면서 선동의 춤이 난무하고 있다. 촛불과 태극기로 나뉜 군중은 헌재를 심리적·물리적으로 겁박하면서 판결에 영향을 미치려 하고 있다. 논리적인 의사 표시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보호받아야 하지만 선동과 폭력, 불복은 용납돼선 안 된다.

  우리 사회에 불어닥칠 후폭풍은 거셀 것이다. 그러나 법치는 민주주의의 뿌리를 떠받치는 국민적 약속이자 합의다. 그 생명력은 승복과 존중에 있다. 법적 권위를 무시하고 불복을 획책하는 언사와 행동은 법치주의를 위배하는 일이다. 법이라는 게 입맛과 구미에 따라 수용과 불복을 오락가락한다면 누가 따르겠는가. 탄핵심판의 결과에 따라 정의와 불의라는 이분법적 사고와 행동으로 분열을 획책하는 행태는 자제하고 막아야 한다. 재판관들이 이성과 법리 위에서 고심하고 결단할 수 있도록 촛불, 태극기, 정치권, 그리고 국민 모두가 차분하게 새 역사의 날을 기다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