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 이슬람·유럽 '만평 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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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신문의 마호메트 풍자 만화에 격분한 레바논 시위대가 5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의 덴마크 대사관 건물 앞에서 경찰차를 불태우며 덴마크 정부의 사과를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시위대가 덴마크 대사관 건물에도 불을 붙이자 레바논 경찰은 최루탄을 쏴 시위대를 해산시켰다. [베이루트 AP=연합뉴스]

덴마크 신문이 이슬람교 창시자인 예언자 마호메트를 풍자한 만평을 게재하면서 시작된 이슬람권과 유럽 국가들 간 대립이 심각한 폭력사태로 번지고 있다.

레바논의 무슬림(이슬람교도) 시위대 수천 명이 5일 수도 베이루트의 덴마크 대사관에 진입해 불을 지르고 국기를 불태웠다고 CNN방송이 보도했다. 이에 앞서 4일엔 시리아 다마스쿠스의 덴마크와 노르웨이 대사관이 흥분한 무슬림 시위대의 공격을 받아 불탔다.

이란에선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만평 게재가 "무례하기 짝이 없는 짓"이라며 "위원회를 만들어 이 같은 행위를 한 유럽 국가들과의 통상 계약을 전면 재고하는 방안을 검토케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관영 IRNA 통신이 보도했다. 요르단에서는 문제의 만평 중 세 컷을 전재한 주간지 '시한'의 지하드 모마니 편집장이 종교 모독 혐의로 체포됐다.

유럽 내 무슬림의 항의도 점점 세지고 있다. 사태의 진앙인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에선 4일 무슬림 300여 명이 항의 시위를 벌였다. 영국 런던에서도 같은 날 700여 명이 덴마크 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했다.

덴마크 정부는 소요가 난 시리아와 레바논의 자국민 철수를 명령했다. 덴마크의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총리는 이와 관련, 자국 주재 이슬람 국가 대사들을 불러 유감의 뜻을 밝혔다.

그는 그러나 "정부가 특정 신문을 대신해 사과할 순 없다"며 이슬람권의 거듭된 사과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선하 기자

<마호메트 만평 분쟁 일지>

2005년 9월 30일:덴마크 신문 '윌란스 포스텐', 마호메트를 다룬 만평 12컷 게재

10월 20일:이슬람 국가 대사들, 덴마크 정부에 항의

2006년 1월 10일:노르웨이 잡지, 문제의 만평 전재

1월 26일:사우디아라비아, 항의 표시로 덴마크 주재 자국 대사 소환

1월 31일:덴마크 신문 '윌란스 포스텐' 사과

2월 1일:프랑스.독일.이탈리아.스페인 등의 12개 신문 '표현의 자유' 옹호 주장하며 문제 만평 게재

2월 4일:시리아 주재 덴마크.노르웨이 대사관에 시위대 진입해 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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