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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증시파동 일시적이냐 공황 징조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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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세계의 주요신문들이 암흑의 월요일로 기록한 지난 19일의 뉴욕증시 주가 대 폭락을 놓고 이것이 또 다른 「대공황의 징조 가 아닌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대 폭락 직후 강한 반등세를 보여 세계를 놀라게 한 충격은 어느정도 가라앉았지만 아직도 짙은 불안의 그림자가 세계주요 증시주변에 덮여있는 상황이다.
대공황이 닥치리라는 주장을 펴는 측은 최근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사태들이 지난1929년 전후의분위기를 연상케 한다는 것이고, 그렇지 않다고 보는 쪽은 여러모로 그때와는 세계경제구조와 상황이 달라 대공황으로까지 치닫지는 않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수적으로는 대공황 부가론이 훨씬 많지만, 혹시 현실화될지도 모르는 「불길한 조짐」이 초미의 관심이 돼있는 것은 30년대 대공황의 악몽이 너무도 끔찍했기 때문이다.
이번 파동에서 드러났듯이 세계증시를 선도하고있는 미국의 주가는 지난82년부터 4년여에 걸쳐 지속적인 고 주가행진을 해왔다. 이 속도가 얼마나 빠르고 가파르게 달려왔는지를「새뮤얼슨」교수는 『통상적인 기준으로 보면 15년 동안에 있을 법한 주가 상승이 지난4년 간에 모두 이루어졌다』 고 말할 정도다.
특히 작년이래 두드러진 머니게임의 양상을 떠 면서「못 말릴」 정도로 급등한 뉴욕주가는 8월을 고비로 하락하기 시작하더니 이 달 들어 19일의 대 폭락이 있기 전까지만 3차례나 낙폭을 경신, 불길한 조짐을 보였다.
살얼음판을 걷기라도 하듯 불안하기만 하던 미국주가가 주저앉기 시작한 요인으로는▲8월중 미국의 무역수지적자가 예상 (1백40억 달러) 을 훨씬 상회하는1백57억 달러를 기록, 미국의 무역수지개선에 대한 기대가 무너진 데다가▲달러화가 약세를 면치 못해 일본 등으로부터의 외국자본유입이 줄어들고 있고▲미국의 금리상승추세에 따라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으로부터 수익률이 높은 채권시장으로 손을 바꾸는 경향, 그리고▲금리상승에 따른 향후미국경기후퇴에 대한 우려▲미 국민의 「레이건」 행정부 및 연준리 (FRB) 의 미국경제 통제력에 대한 신뢰약화 등이 꼽히고 있다.「암흑의 월요일」 이후 미국은 물론 세계 각 국의 경제학자 및 증권전문가들은 이 같은 사대를 놓고 크게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먼저 30년대와 같은 대공황의 시발로 보는 측의 견해는 이렇다.
20년대에도 그랬듯이 80년대 들어서는 유난히도 기업합병이 많았고▲공화당이집권, 시장기능을 강조하고있는 점▲기업집중과·부의 불평 등 심화▲머니게임에 의한 주식 값의 계속적인 상승 등이 그렇다는 것이다.
게다가 20년대는 미국이 재정흑자와 무역혹자를 누렸으나 지금은 거꾸로 오히려 세계최대의 채무국으로 변해 그때보다 사정이 훨씬 나쁘다는 주장이다.
미 서던 메더디스트대의「래비· 버틀러」 교수 같은 이는 60년 주기의 공황 설을 주장하기도 한다.
「버틀러」 교수는 89년 4·4분기∼90년 상반기 사이에 위기가 올 것이며, 그때 공황이 발생치 않으면 93년 말이나 94년 초에는 대공황이 세계를 휩쓸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미쓰비시 종합연구소의 수석연구원인 「다카하시」씨도『1929년의 상황이 재현되지 않으리라고 장담할 수 없다』고 밝히면서 『금본위제였던 당시와는 경우가 다르지만 지금은 금융시스템의 탄력성이 높으면서도 미국경제가 자율성을 잃었고 또 서독이 금융을 바짝 죄고있기 때문에 정책기반이 흔들려 공황의 소지가 충분히 있다』 고 비관론을 펴고있다.
비관론자들의 주장은 꼭29년과 30년대 초에 걸친 대공황과 같은 상황이 전개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그에 버금가는 대대적인 경기침체는 불가피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비관론자들보다는 훨씬 많은 경제학자 및 전문가들은 지금은60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경제구조와 세상이 달라진 점을 들어 낙관론을 펴고있다.
경기순환에 관한 저서로69년도 노벨상을 수상한 네덜란드의 「얀·틴베르겐」 씨는 『이번 주가폭락을 지난29년의 그것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위험한 일』 이라며『문제의 핵심은 증권시장의 큰손들인 은행과 기관투자가 늘어 이 사태로부터 어떻게 잘 보호될 수 있느냐』라고 지적하고 있다.
영국의 「시실·워드워니」교수도 『29년의 주가폭락은 은행의 도산 뒤에 찾아왔다』며 『지금은 어느 은행도 도산한 사실이 없다』며 당시와의 차이점을 설명하고있다.
하버드대의 「갤브레이드」교수 등 대부분의 경제학자들도 예금자에게 10만 달러씩 보상하는 연방예금보호보험·각종사회보장제도 등 20년대에는 없었던 제도들이 지금은 생겨났으며 그때는 정부나 연방준비은행이 주가폭락을 방관했지만 지금은 정부가 신속하게 개입할 것이며, 그때는 없던 증권감독기관 (SEC) 도 버젓이 버티고있는 점을 들어 또 다른 공황 설에 반론을 펴고있다.
또 29년 당시 주식투자자들은 거의 1백%융자로 주식투자를 했지만 지금 투자자들은 절반이상을 자기자본으로 충당, 주가폭락으로 금융공황은 오기가 힘들다는 견해를 내놓는 전문가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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