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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 신작서 난징대학살 언급…日우익 "매국노"

중앙일보

입력

2월 24일에 출간된 무라카미 하루키의 '기사단장 죽이기'

2월 24일에 출간된 무라카미 하루키의 '기사단장 죽이기'

일본 인기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68)가 신작 소설 '기사단장 죽이기(騎士團長殺し)'에서 난징(南京)대학살을 언급했다가 우익들이 '매국 작가'라고 맹비난하고 나섰다.

'기사단장 죽이기'에는 1937년 일본이 중국 난징을 점령했을 때 벌어진 학살 사건인 '난징대학살'이 등장한다. 소설에서 하루키는 주인공과 다른 등장인물이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 난징대학살을 언급하며 "일본군이 항복한 병사와 시민 10만~40만명을 죽였다"고 표현했다. 일본군이 포로를 관리할 여유가 없어 수많은 군인과 시민들을 살해했다고도 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2014년 난징대학살 기념식에서 "난징대학살은 제2차 세계대전의 3대 참사 중 하나로 반인류적 범죄"라고 말한 바 있다. 중국은 난징대학살로 6주 동안 30여만여 명의 중국인이 살해됐다고 주장한다. 반면 일본 정부는 학살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피해자 수는 확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소설 속에 이런 내용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일본 내 우익 세력들은 즉각 하루키를 비난하고 나섰다.

NHK 경영위원이자우익 소설가 햐쿠타 나오키(百田?樹)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하루키가 중국 시장을 노린 것이라고 비꼬았다. 또 호텔 내부 방에 우익 서적을 비치해 논란이 된 모토야 도시오(元谷外志雄) 아파호텔 최고경영자(CEO) 등 우익 인사들은 공개 석상에서 하루키를 비판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익 성향의 일본 독자들 역시 하루키를 매국노로 칭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안데르센 문학상을 수상한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왼쪽)와 메리 덴마크 왕세자비.

지난해 10월 안데르센 문학상을 수상한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왼쪽)와 메리 덴마크 왕세자비.

하루키는 2015년 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제대로 사죄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대국이 이제 됐다고 할 때까지 사죄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등 일본이 과거사를 인정하고 사죄해야 한다는 소신을 지속해서 밝혀왔다.

한편 하루키의 4년 만의 신작 '기사단장 죽이기'는 출간과 동시에 초판 130만 부를 돌파했다. 올여름쯤 국내에 출간될 예정이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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