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단장 죽이기'에는 1937년 일본이 중국 난징을 점령했을 때 벌어진 학살 사건인 '난징대학살'이 등장한다. 소설에서 하루키는 주인공과 다른 등장인물이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 난징대학살을 언급하며 "일본군이 항복한 병사와 시민 10만~40만명을 죽였다"고 표현했다. 일본군이 포로를 관리할 여유가 없어 수많은 군인과 시민들을 살해했다고도 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2014년 난징대학살 기념식에서 "난징대학살은 제2차 세계대전의 3대 참사 중 하나로 반인류적 범죄"라고 말한 바 있다. 중국은 난징대학살로 6주 동안 30여만여 명의 중국인이 살해됐다고 주장한다. 반면 일본 정부는 학살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피해자 수는 확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소설 속에 이런 내용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일본 내 우익 세력들은 즉각 하루키를 비난하고 나섰다.
NHK 경영위원이자우익 소설가 햐쿠타 나오키(百田?樹)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하루키가 중국 시장을 노린 것이라고 비꼬았다. 또 호텔 내부 방에 우익 서적을 비치해 논란이 된 모토야 도시오(元谷外志雄) 아파호텔 최고경영자(CEO) 등 우익 인사들은 공개 석상에서 하루키를 비판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익 성향의 일본 독자들 역시 하루키를 매국노로 칭하고 있다.
하루키는 2015년 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제대로 사죄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대국이 이제 됐다고 할 때까지 사죄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등 일본이 과거사를 인정하고 사죄해야 한다는 소신을 지속해서 밝혀왔다.
한편 하루키의 4년 만의 신작 '기사단장 죽이기'는 출간과 동시에 초판 130만 부를 돌파했다. 올여름쯤 국내에 출간될 예정이다.
온라인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