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ㆍ일본 제치고…건강보험심사평가 시스템 세계 최초 수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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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40주년을 맞은 한국의 건강보험심사평가(HIRA) 시스템이 해외로 진출했다.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바레인 정부와 155억원 규모의 ‘바레인 국가건강보험시스템 개혁을 위한 협력 프로젝트’ 계약을 체결한다고 6일 밝혔다. 건보 시스템을 수출한 건 한국이 세계 최초다. 하드웨어ㆍ소프트웨어 비용 100억원 정도를 포함하면 실제 사업 규모는 250억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바레인 정부와 155억원 규모 수출 계약 체결 #상대 정부가 비용 부담하는 수출은 세계 최초 #한국서 도입 안 된 개인의료정보 공유도 구축 #중동 비롯 아메리카ㆍ아시아 수출도 기대

 이번 계약은 그간 우리 정부가 직접 비용을 부담하는 공적원조(ODA) 위주에서 상대국 정부가 전액 시스템 구축비용을 부담하는 수출 형태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날 계약 체결식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바레인 국가보건최고위원회 셰이크 모하메드 빈 압둘라 알-칼리파(H.E. Sheikh Mohammed Bin Abdulla Al-Khalifa) 의장은 “이제 중동에서도 무상의료서비스 시대가 저물어 가고 있다”며 “한국의 건보 시스템을 도입해 이를 이웃 중동국가로 확산시켜 나가고 싶다”고 밝혔다.

 왕족이자 의사인 알-칼리파 의장은 지난 2년간 영국과 덴마크 등 유럽과 일본 등 건보 시스템을 수입할 국가를 직접 찾아다녔다고 한다. 세계은행의 소개로 지난 2015년 처음 한국을 찾은 칼리파 의장은 한국의 건보 시스템을 돌아본 뒤 이듬해 1월 한국을 다시 찾아 바로 계약을 추진했다. 국민 5000만 명이 넘는 우리나라에서 의료비와 의약품 내용, 과잉진료 여부 등을 실시간으로 찾아내고 분석할 수 있는 통계시스템에 감탄했기 때문이다. 보통 시스템 수출과 도입에 3~4년 이상 걸리지만, 이례적으로 약 1년 만에 성사된 것도 칼리파 의장이 바레인 왕세자의 전권을 위임받아 주도한 덕분이다.

 이번에 수출되는 시스템은 ^의약품 관리 ^건강보험 정보 ^의료정보 활용 등으로 구성됐다. 의약품 관리에는 의약품의 유통정보와 안전점검ㆍ약국관리 등이 포함되고 건강보험 정보에는 급여기준 관리와 청구ㆍ심사 등이 포함된다. 특히 한국에서 아직 도입되지 않은 의료인 간 개인의료정보 실시간 공유도 구현하게 된다. 이를 위해 한국 정부와 국내 민간 IT시스템 개발회사의 컨소시엄으로 구성된 개발단 50여명이 오는 4월부터 2년 8개월 간 바레인 시스템 구축에 착수한다.


 한국 건보시스템 수출은 중동을 넘어 아메리카와 아시아 등으로도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아랍산유국 6개국으로 구성된 걸프협력회의(GCC)에는 이미 바레인과 합작투자를 진행하기로 했다. 유가가 불안정하고 만성질환이 확산되면서 무상의료 시스템의 지출요인 관리를 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심평원은 현재 페루ㆍ칠레ㆍ콜롬비아ㆍ인도네시아ㆍ필리핀 등 총 13개국에 건보 시스템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마케팅의 일환인 컨설팅을 통해 장기적으로는 이번과 같은 시스템 수출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정진엽 복지부 장관은 “우리 건강보험심사평가 시스템이 중동 나아가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잡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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