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즐겨읽기] 우리 도시 살맛나게 확 바꾸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5면

작은 실험들이 도시를 바꾼다
박용남 지음, 시울, 336쪽, 1만6000원

새해 첫머리라 그런지 건강 챙기자는 소리가 드높다. 오래 잘 사는 방법으로 권하는 첫째 비결이 걷기다. 하루 1만 보 이상 걸으면 좋다는 전문가 조언이 빠지지 않는다. 모순은 차 타기 따로, 걷기 따로 하는 우리 실상이다. 기름값이 올라도 시내 교통이 지옥이어도 차를 몰고 나와 이래저래 속을 끓이고 나서는 저녁에 별을 보며 공원이나 학교 운동장을 걷는다. 과식하고 나서 소화제 먹는 꼴이다.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左)은 1947년 세운 ‘손가락 계획(Finger Plan.(下))’으로 대담하고 독창적인 지역계획 사례를 보여줬다. 손가락 모양으로 뻗어나간 도시개발은 철도노선을 중심으로 했고 손가락 사이에는 녹지·농경지·레크리에이션 지역 등의 녹색쐐기(Green Wedge)를 박아 생태적으로 건강한 도시를 만들었다.

박용남(52.지속가능도시연구센터 소장)씨는 걱정만 하지 말고 우리 마을, 내가 사는 도시를 위해 작은 발걸음이라도 떼보자고 손을 내민다. '꿈의 도시 꾸리찌바'(녹색평론사)를 펴내 이미 이 분야의 선구자가 된 그는 후속편이라 할 이 책을 교통정책을 뼈대로 한 대안운동의 튼실한 안내서로 꾸몄다. 콜롬비아의 보고타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요하네스버그까지, 그가 구석구석 살핀 도시들은 녹색 지구를 지키는 환경친화 실천 사례로 앞선 미래를 보여준다.

존 라이언(워싱턴 DC 월드워치 연구소)은 지구를 살리는 일곱 가지 불가사의한 물건으로 콘돔.천장선풍기.빨랫줄.타이국수.공공도서관.무당벌레 등을 들면서 그 가운데서도 자전거를 으뜸으로 꼽았다. 박씨가 돌아본 초록빛 환경도시들 역시 자전거를 활용한 '차 없는 도시 혁명'이 한창이었다. 그 대표도시가 콜롬비아의 수도 보고타다. 한때 지독한 대기오염과 폭력이 난무하는 제3세계 도시로 악명높던 보고타는 이제 '자동차에 의존적인 세계보다 더 나은 세계가 가능하다'를 보여주는 본보기가 됐다.

보고타의 혁명은 1998년부터 2000년까지 시장으로 봉직한 엔리케 페냐로사와 시민의 협력으로 성공했다. 버스에 기반을 둔 '간선급행버스체계', 일요일마다 7시간 동안 주요 간선도로에서 자동차의 통행을 금지하고 자전거 이용자와 보행자에게 도로를 개방하는 '사이클로비아', 1년에 한 번 실시하는 '차 없는 날', 210km에 달하는 자전거 전용도로망 구축 등으로 보고타는 지속가능한 도시로 거듭났다.

브라질의 꾸리찌바 시 또한 우리가 형님으로 모실만한 도시교통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지구에서 환경적으로 가장 올바르게 사는 도시' '세계에서 가장 현명한 도시' 라는 찬사를 듣고 '희망의 도시' '존경의 수도' '웃음의 도시'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꾸리찌바는 자동차보다 대중교통, 동력차량보다는 보행자와 자전거 타는 사람에게 우선권을 주어 인간적인 도시를 만들었다.

우리 목숨을 살리는 일인 교통정책의 성공 사례는 많다.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은 생태적으로 건강한 도시를 만드는 '1947 손가락 계획'으로 시민 행복을 지켰다. 네덜란드 북동부의 그로닝겐 시는 자전거가 전체 주민통행 분담률의 57%를 차지하는 '압축도시'로 환경뿐 아니라 경제 부가가치까지 높였다.

선택은 우리 손 안에 있다. 자동차 천국과 아스팔트 도시를 만들다 망할 것이냐, 보행자 공간과 녹색 교통에 비중을 두어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즐겁고 건강한 도시로 길이 살 것이냐. 박씨 표현을 빌리면 "정말이지 지금은 우리가 사는 도시에서 코페르니쿠스와 같은 인식의 대전환과 혁명이 필요한 시대"다.

정재숙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