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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당 200만원 투자 한도 규제 풀어야”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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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1호 18면

신혜성 와디즈 대표

신혜성 와디즈 대표

신혜성 와디즈 대표

“소비자가 제품 개발에 참여하는 프로슈머를 넘어 투자까지 하는 인베슈머(Invesumer, 투자와 소비자의 합성어) 시대가 왔다.”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업체인 와디즈를 이끄는 신혜성(38·사진) 대표의 얘기다. 지난해 1월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이 도입되면서 1년 동안 116개 신생 기업이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 이 중 35%인 42건을 성공하며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1위(시장점유율 기준)를 차지한 곳이 와디즈다. 신 대표는 “이제 일반 소비자도 자산가들처럼 유망한 스타트업을 투자하고 지원하는 에인절 투자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은 소액으로도 신생 기업에 투자할 수 있다. 투자자가 기업(제품)에 애정을 갖고 적극적으로 입소문을 내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다.

‘신의 직장’ 으로 불리는 KDB산업은행을 그만두고 크라우드펀딩 시장에 뛰어들었는데.

“한양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2004년 현대차에서 첫 직장 생활을 했다. 이후 증권사로 옮겨 애널리스트로 활동하다 2007년 산업은행으로 이직했다. 이곳에서 기업금융 담당부터 금융상품 분석까지 5년간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이직을 몇 번 하다보니 ‘직장은 다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돈이 꼭 필요한 곳에 자금을 유통하는 일을 해보고 싶었다. 오랜 고민 끝에 찾은 게 뛰어난 기술은 갖고 있지만 자금이 부족한 스타트업에 돈을 모아 투자하는 크라우드펀딩이었다.”
보상형 크라우드펀딩에서 증권형으로 사업 영역을 넓힌 까닭은.

“처음부터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이 목표였다. 보상형 펀딩 역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 기업에 투자한다는 점에서 증권형과 비슷할 수 있다. 하지만 보상형은 투자시 금전을 제외한 제품 등을 돌려 받는 방식이기 때문에 투자 대상에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소프트웨어 기업이나 고가의 장비 업체엔 투자하기 어렵다. 자금 조달 규모에서도 차이가 있다. 보상형 펀딩이 평균적으로 700만원을 모은다면, 증권형 펀딩은 2억원 가량을 조달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펀딩 사례는.

“파도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스타트업 인진을 꼽을 수 있다. 일반적인 파력발전 설비는 파도가 높은 먼 바다에 세워지기 때문에 최소 100억원 이상의 설치 비용이 든다. 인진은 역발상으로 가까운 바다에서 소규모로 전력을 생산하는기술을 개발했다. 인구가 적은 도서지역에 유용하다. 하지만 대부분 벤처투자자는 파력발전이 세계적으로 인기가 낮다며 외면했다. 내 생각은 달랐다. 에너지 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투자자라면 관심이 클 것으로 봤다. 지난해 이 사업 펀딩을 진행했는데 전체 모금액만 4억5000만원을 넘었다. 218명이 투자자로 나선 것이다. 이중 80명은 유상증자에도 참여해 10억원을 추가로 투자했다. 투자금을 기반으로 인진은 지난해 말 해양 에너지 선진국인 영국에 진출했다.”
최근 영화 펀딩이 늘고 있는데.

“일본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 프로젝트가 성공하면서 영화 배급사와 투자자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영화 펀딩은 관객수에 따라 투자 수익률이 결정되는 구조다. ‘너의 이름은’은 손익분기점( 50만 명)을 훌쩍 넘은 약 350만 명을 기록하며 40%(세전 기준)의 투자 수익을 냈다. 물론 영화 분야에서 처음 투자한 ‘사냥’은 흥행 부진으로 약 50% 손실이 나기도 했다.”
펀딩 후보는 어떻게 찾나.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경우엔 회사가 투자처를 찾기 위해 매달 20~30곳을 방문한다. 또 최소 300개 업체의 담당자가 직접 찾아온다. 펀딩 후보를 선별하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20명 심사위원이 기업 가치를 평가하고 회사 실사를 다녀오는 등 꼼꼼하게 분석한다. 펀딩 오픈 3일 전에 가장 중요한 과정을 통과해야 한다. 바로 배심원 제도다. 약 35만 명 회원 중 정보기술(IT) 전문가를 비롯해 펀딩 경험이 많은 투자자 100명을 뽑았다. 배심원이 투자자 입장에서 궁금증을 물어보며 투자할 만한 기업인지 검증한다.”
앞으로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시장이 발전하려면.

“한 가지만 꼽는다면 투자금액 한도에 대한 규제가 풀려야 한다. 현재 일반 투자자는 1개 기업당 200만원, 연간 500만원까지만 투자할 수 있다. 매력적인 투자처가 나타나도 한도에 묶여 제대로 투자하기가 어렵다. 미국도 개인 투자자는 한 기업당 2000달러(약 232만원)까지 투자할 수 있지만 리스크를 감안하고 더 투자하겠다고 하면 펀딩 금액을 늘릴 수 있다.”

염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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