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부지 계약’ 롯데, 한국 면세점 홈피도 해킹당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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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롯데면세점 홈페이지와 인터넷면세점 사이트가 해킹 공격으로 3시간 동안 마비되면서 수억원의 손해를 봤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부지 제공에 대한 중국 네티즌의 보복 공격 가능성이 제기된다.

온라인 면세점 하루 매출만 40억 #사이트 3시간 다운돼 수억 손실 추정 #경찰 “디도스 공격 근원지 추적 중” #롯데 측 “중국 현지 IP 이용한 듯”

2일 롯데면세점에 따르면 이날 정오부터 롯데면세점 홈페이지와 한국어·중국어·영어·일본어로 각각 만들어진 인터넷면세점 사이트 등 5개 사이트가 일제히 다운됐다.

2000년 한국어 인터넷면세점 사이트를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문을 연 이후 사이트가 다운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롯데면세점은 긴급 복구작업을 통해 오후 3시쯤 한국어 사이트부터 순차적으로 되살렸다.

2일 오후 해킹으로 다운된 롯데 인터넷면세점 사이트. 롯데 측이 3시간 만에 복구했다. [사이트 캡처]

2일 오후 해킹으로 다운된 롯데 인터넷면세점 사이트. 롯데 측이 3시간 만에 복구했다. [사이트 캡처]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홈페이지가 다운된 이유를 분석한 결과 중국 현지 IP를 이용한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으로 추정된다”며 “하루 전인 1일 오후 8시쯤에도 면세점 중국어 사이트에 대한 디도스 공격이 있었지만 자체 보안시스템으로 1시간30분 만에 복구한 바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롯데면세점 해킹과 관련한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정석화 경찰청 사이버테러수사1실장은 “서버가 있는 곳에 수사인력이 나갔고 디도스 공격이 맞다고 확인됐다”며 “공격 근원지가 어디인지를 역추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롯데에 대한 사이버 공격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틀 전인 지난달 28일에도 롯데그룹의 중국 홈페이지가 다운된 적이 있었다. 이날은 롯데그룹이 국방부와 사드 부지 계약을 마무리한 날이다.

롯데는 당시 외부 해킹에 의한 공격으로 사이트가 다운됐다고 발표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관광객에게 인기가 많은 롯데면세점에 대한 공격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롯데면세점은 매출의 70%를 중국인 관광객에게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회사 내부에서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놀라는 분위기다. 회사 홈페이지뿐 아니라 실제로 물건을 판매하는 인터넷면세점에 대한 공격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롯데면세점 매출은 6조원. 이 중 온라인 비중이 24%에 달한다. 단순 계산으로만도 하루 매출이 40억원 정도다. 롯데면세점 측은 3시간의 공백으로 수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추가 공격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장주영·이현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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