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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조직 트라우마 vs 손학규 모바일 악몽 … 국민의당 룰의 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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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대선 숨은 코드 읽기

‘조직 트라우마’와 ‘모바일 트라우마’. 국민의당 대선 경선룰 협상을 읽는 숨은 키워드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측은 조직 선거에,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 측은 모바일 투표에 트라우마를 안고 있다.

안, 1월 시·도당 위원장 경선 고전 #손, 2012년 대선 경선 모바일 고배 #손 측 “현장투표 확대” 안 측 “안 돼”

안 전 대표 측의 조직 열세는 지난 1월 국민의당 전당대회에서 드러났다. 시도당 위원장 선거에서 안 전 대표 측 인사로 분류되는 채이배 의원과 김현옥 전 부산시당위원장(부산) 등이 낙선했다. 대신 민주당을 탈당한 호남 의원들이 민 후보들이 승리했다. 이번 대선후보 경선을 앞두고 안 전 대표측이 조직강화에 비상이 걸린 것도 이 때문이다.

손 의장의 모바일 투표 트라우마는 2012년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비롯됐다. 당시 손 의장은 당원 투표 등에선 대등한 승부를 했으나 모바일 투표에서 문재인 후보에게 크게 밀려 고배를 마셨다. 손 의장은 당시 모바일 투표의 공정성을 문제 삼아 ‘경선 보이콧’을 선언하기도 했다. 그런 양측이 경선룰 문제를 협상하고 있으니 이견이 쉽게 좁혀지지 않는다.

2일 오후 안 전 대표 측과 손 의장 측은 한 시간 간격으로 각각 기자간담회를 자청했다. 손 의장 측은 “미국도 사전 등록 없이 신분증만 갖고 투표한다”며 현장투표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현장투표는 조직 동원력이 강한 쪽이 유리하다. 김동철·황주홍 의원을 포함해 호남 출신 의원 중 상당수는 민주당 시절 손 의장과 가깝게 지낸 인사다. 안 전 대표 측 김철근 대변인은 “국민의당은 다른 당으로부터 역선택을 받을 수 있다”며 “100% 현장 등록과 투표를 한 적이 없는 만큼 동원선거와 이중 투표 등의 안전성도 담보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안 전 대표 측은 당초 모바일 투표 도입을 주장했다. 하지만 손 의장 측이 강력 반발하자 모바일 투표제 도입은 포기하되, 선거인단 대상 여론조사(공론조사)도 포함시키자고 맞섰다. 손 의장 측 윤석규 전략특보는 “콜센터를 통해 사전 선거인단을 모집할 경우 예상 비용만 10억원이 든다”고 반대했다. 또 휴대전화 인증 등을 통해 선거인단을 모집하는 방식 등이 불리하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자칫 모바일 투표의 변형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윤 특보는 “모바일 투표는 민주주의 선거 4대 원칙에 어긋나고 한국 정치를 망치는 방식”이라고 주장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조만간 결론이 나면 민주당의 경우 바로 경선에 돌입할 수 있도록 룰 협상을 마친 상태지만 국민의당 은 아직 원점에 머물러 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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