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일본 총리 "성공한 사람 시샘하는 사회 발전 못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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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한 개혁으로 빈부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는 일부의 지적에 대해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사진) 일본 총리가 1일 "격차가 생기는 것은 나쁜 게 아니다"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이날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능력 있는 사람이 노력하면 그만큼의 보상을 받는 사회가 좋은 것이란 생각은 여야를 불문하고 모두 갖고 있는 것 아니냐"며 "성공한 사람을 시샘한다거나 능력 있는 사람의 발목을 잡는 풍조를 없애지 않으면 사회는 발전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야당과 일부 언론이 "고이즈미 개혁은 '승자독식의 개혁'일 뿐"이라고 비판한 데 대해 강하게 반론을 제기한 것이다.

그는 또 후쿠시마 미즈호(福島瑞穗) 사민당 당수가 "빈곤층이 늘고 있는데도 고이즈미 총리는 벌거숭이 임금님처럼 국민의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하자 "어느 시대에도 성공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 있는 법"이라고 맞받았다.

그러고는 자신을 비난하는 세력을 겨냥한 듯 "그늘만 있던 곳에 이제 겨우 빛이 비치기 시작하니 다시 그늘 이야기를 꺼내고 있다"고 비꼰 뒤 "빛을 더욱 뻗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최근 10년 동안 어린이 취학에 경제적 지원을 필요로 하는 가정이 두 배로 늘었다"는 야당 의원들의 지적에 대해선 "어떻게 해도 자신의 노력으로 일어설 수 없는 사람에게는 국가가 지원의 손을 뻗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본 사회에서 양극화를 지칭하는 표현인 '승리조.패배조'라는 말을 인용, "싸워서 진 '패배조'는 칭송받아야 하며 그들에게 보다 많은 기회를 제공하는 사회가 고이즈미 개혁의 나아갈 길"이라며 "다만 싸우지조차 않으려고 하는 사람이 문제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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