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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가는 노사문화] '좋은 직장 노조' 가 더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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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일부 사업장에서 노조의 '제몫 찾기'가 점점 거세지고 있다. 특히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는 대기업과 외국기업.금융회사 등 이른바 '일류 직장'에서 두드러진다.

그 피해는 협력업체와 소비자.주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외국기업, 금융사까지=온산의 한 유럽계 화학회사는 14명이 노조를 설립한 뒤 두 명 이상의 노조 전임자를 요구하며 한때 전면파업 일보 직전까지 갔다.

1억달러 가까이 투자한 한 미국계 회사는 정리해고.기업분할.합병.분사 때 노사합의를 요구하며 한달 가까이 파업을 벌이고 있다.

KOTRA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2백36건의 외국인 투자기업 고충사례 중 55건이 노사문제였다.

99년 7건에 불과하던 것이 ▶2000년 32건▶2001년 57건▶지난해 1백2건으로 매년 급증세다. 조흥은행 노조는 새 행장후보가 자기 은행 출신이 아니라며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 측은 "최동수 행장후보는 2년반 동안 조흥은행 임원으로 근무했을 뿐이어서 조흥 출신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회사가 어려워져도=올 초 극심한 노사분규를 겪은 두산중공업 노조는 상급기관인 금속노조 지시를 고수하고 있다.

회사는 올 수주목표 4조원의 절반 달성도 장담하지 못할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노조는 금속노조의 지시인 기본급 9.8% 인상을 요구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경영이 어려운데도 금속노조의 일률적인 잣대를 제시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효성의 울산 나일론사업장도 사정이 비슷하다. 회사 측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적자가 예상되는 데다 향후 전망도 어두워 임금인상 자체가 어렵다고 설득하고 있다.

그러나 노조는 ▶기본급 12% 인상▶성과급 2백% 별도 지급▶정년 57세로 1년 연장 등을 제시했다.

LG칼텍스정유 노조는 생산직의 연간 평균 급여가 5천9백70만원인 데도 올해 임금협상에서 기본급의 11.2%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징계위원회를 노사 동수로 구성할 것과 과거 징계조치 철회도 요구하고 있다.

회사 측은 "더 이상 양보하면 정상적인 기업 경영이 힘들다"고 말한다.

?소비자 피해 우려=현대차 임단협 조항에는 다른 기업들을 당황케하는 것이 많다. 우선 경기변동에 따른 사업 및 인력 구조조정은 노사합의 사항이어서 원천 봉쇄됐다.

또 정리해고와 명예퇴직을 없애 58세 정년을 완전 보장했다. 결국 현대차에서는 노조 동의없이 단 한명도 해고할 수 없다.

파격적인 임금인상 등으로 회사 추가비용은 수천억원에 이른다. 이를 보전하려면 생산성을 높이든지, 아니면 차값을 올리거나 부품 납품가격을 깎아야 한다. 현대.기아차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73%에 달한다.

삼성경제연구소 이정일 수석연구원은 "경쟁자가 있으면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역량을 어떻게 집중할 것인지에 골몰하지만 독과점 구조는 비정상적인 노사관계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선구.강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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