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맥매스터·배넌 세계관 충돌 … 미국 안보정책 엇박자 예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도널드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의 안보 정책을 놓고 도널드 트럼프 정부에서 마주한 군 출신과 아웃사이더 진영이 내전을 예고하고 있다. 트럼프의 최측근이자 아웃사이더 참모진의 대표격인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입지를 굳힌 상황에서 정통 야전 출신인 허버트 R 맥매스터 육군 중장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의 실질적 책임자로 나서면서다.

맥매스터, 첫 NSC회의 주재하며 #“과격 이슬람 테러리즘 용어 반대” #배넌의 기독교·이슬람 전쟁론 반박 #대러시아 정책도 극과극 시각차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23일(현지시간) 취임후 첫 NSC 회의를 주재하며 “과격 이슬람 테러리즘이라는 용어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과격 이슬람 테러 집단으로 표현하면 이슬람 전체를 적대시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어 대테러전에 불리하다는 취지다. 뉴욕타임스(NYT)는 “맥매스터의 발언은 이슬람권과 테러 집단을 분리하려 했던 버락 오바마 정부, 조지 W 부시 정부에 더 가깝다”고 전했다. “전쟁은 정치적 행위”라고 주장한 독일의 군사평론가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를 신봉하는 맥매스터는 전쟁에 관한 한 이념적 접근보다는 승리에 집중하는 철저한 현실주의자다.

이는 트럼프의 귀를 붙잡고 있는 배넌의 세계관과는 전혀 다르다. 배넌은 기독교 서구와 이슬람의 대립으로 전세계를 바라보는 대안 우파다. 2014년 그는 “우리는 이슬람 파시즘과 전세계적 차원에서 전쟁을 시작하는 단계에 있다”고 주장했다. 인터넷 매체 복스는 “배넌은 미국이 이슬람권과 문명 충돌에 직면해 있다고 본다”며 “(군이 중시하는) 전장의 현실은 그에겐 중요하지 않으며 핵심은 이념의 충돌”이라고 전했다.

두 사람은 러시아를 놓고도 생각이 달라 대러 정책을 놓고 힘겨루기가 불가피해졌다.

군은 러시아를 미국의 군사적 주적으로 간주하는 전통적 안보관에 충실하다. 러시아·중국·북한·이란 4개국과 테러집단 이슬람국가(IS)가 미국의 5대 위협이라는 이른바 ‘4+1’은 지난해 4월 맥매스터가 의회에서 밝혔다.

하지만 배넌은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호의적 평가를 내리고 트럼프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가 나온다. 2014년 배넌은 “우리 유대·기독교의 서구는 전통이 사라지는 상황에서 푸틴이 하는 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칼럼니스트 트러디 루빈은 지난 26일 일간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 기고에서 “종교적 색채가 가미된 극우 국가주의에 경도된 배넌은 푸틴을 기독교 전통주의자로 본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동맹인 유럽연합(EU)에 대한 인식에도 차이가 크다. 조만간 양측 간에 충돌이 벌어질 것이고 누가 이기는가에 따라 미국의 대외정책이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정부가 출범 한달을 넘겼지만 여전히 안착에 성공하지 못했다는 적신호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폴리티코는 26일 숀 스파이서 대변인이 지난주 10여 명의 대변인실 직원들을 자신의 방으로 불러 탁자 위에 휴대전화를 내려놓게 한 뒤 통화 기록을 검색했다고 전했다. 대변인실 내부 회의에서 얘기했던 내용이 외부에 유출되자 벌인 색출 작업이다.

CNN은 이날까지 트럼프 행정부의 정무직 1987개 자리는 여전히 공석이라고 전했다. 2000개에 육박하는 자리를 아직도 채우지 못한 이유는 후보자들이 공직 참여를 거부하거나 트럼프 정부가 과거 발언을 문제삼아 유력한 인사들을 후보군에서 배제하면서 적임자를 구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CNN은 설명했다.

"미 정부, 국방비 증액 추진 … 환경예산 삭감”

한편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트럼프 정부가 내년도 국방예산을 크게 늘리고 국무부와 환경보호청(EPA) 등의 예산을 줄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증액된 국방예산은 함정·전투기 개발과 함께 군사적 요충지의 군사력 강화에 쓰일 예정이다. 로이터통신은 주요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해협이나 영유권 분쟁지역인 남중국해 등이 군사적 요충지에 해당한다고 전했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