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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남미 논스톱 … ‘날쌘 항공기’가 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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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보잉 드림라이너(B787-9)

보잉 드림라이너(B787-9)

대한항공이 조원태 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드림라이너(dreamliner)’로 불리는 보잉 787-9 항공기를 국내 최초로 도입했다. 27일 인천국제공항 격납고에서 연 대대적인 기념식과 함께다. 드림라이너는 부채 비율이 1178%(지난해 연말 기준)에 달하는 대한항공의 수익성을 개선할 기대주다. 보잉747·에어버스380 등 대형 여객기는 덩치가 큰 만큼 먼 거리를 날아갈 수 있지만, 그만큼 비용도 많이 든다. 항공기 띄우는 비용을 감당하려면 한 번에 400여명 안팎의 승객을 모집해야 한다. 승객이 많지 않은 장거리 노선에 투입하면 오히려 손해다.

‘드림라이너’ 보잉 787-9 국내 첫선 #대한항공서 제작한 6개부품 장착 #한 때 배터리 안전성 문제 되기도 #내달 12일 김포~제주에 첫 투입

B787-9는 다르다. 일반적으로 탑승률이 70%면 항공사 입장에서 이익이 남는다. 268석인 이번 B787-9의 경우 190여명의 승객만 태워도 비행기를 띄울 수 있다는 의미다. 또 한번 기름을 채우면 1만5750㎞를 가기 때문에 이론상 한국~콜롬비아 보고타(비행거리 1만4974㎞)까지 논스톱으로 갈 수 있다. 전작인 B787-8(1만5200㎞)보다 최대 주행거리가 550㎞ 더 길고, 경쟁 모델인 에어버스 350-900(1만5000㎞)보다 멀리 간다. 갑자기 특정 노선의 승객이 감소한다거나 먼 거리에 추가로 투입할 항공기가 필요할 때, B787-9가 언제든 ‘식스맨’ 역할을 해낼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B787-9가 좌석당 연료 소모율을 타 항공기 대비 20%나 줄여 가능했다. 그 바탕엔 소재 기술이 있다. 무게를 기준으로 동체 소재의 절반(50%)을 탄소섬유 복합소재로 대체했다. 탄성과 강도가 뛰어나고 내열성·내구성이 우수해 제조업 소재인 철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받는 소재다. 또 알루미늄합금(20%)·티타늄(14%) 등 신소재로만 동체의 대부분을 제작했다.

미국 보잉사의 전략 기종인 B787-9가 처음 등장한 건 4년 전이다. 하지만 항공기 최초로 도입했던 리튬이온 배터리 안정성에 문제가 생기면서 일부 국가에서 운항이 중단되기도 했다. 이런 문제에 대해 조 사장은 “보잉 전문가팀이 ▶배터리 셀과 셀 사이를 분리하고 ▶배터리 품질을 개선하고 ▶배터리 케이스 등 안전장치를 추가해 문제를 해결했다”며 “2014년 이후 배터리 안정성이 문제가 된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에어버스의 A350 항공기가 B787-9의 경쟁 모델로 꼽힌다. 대한항공은 2020년까지 10대의 B787-9를 주문했는데, 아시아나항공은 A350-900을 선택했다. 2025년까지 30대를 도입한다. 조 사장은 “연료 효율성, 승객 편의성 측면에서 B787-9가 가장 뛰어난 비행기라고 생각해 구매했다”고 설명했다.

B787-9의 탄생엔 대한항공의 기술도 한 몫 했다.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는 B787 항공기의 국제 공동 개발 파트너다. 대한항공 부산테크센터는 양날개 끝에 붙여서 공기 역학 성능을 높여주는 구조물(윙팁·wing tip)이나 날개 아래 붙여서 무게 중심을 맞춰주는 유선형 구조물(플랩패어링·flap fairing) 등 6가지 핵심 부품을 보잉에 납품했다.

승객 입장에서도 탑승감이 좋아졌다. 조 사장은 “기존 항공기와 다른 안락함을 제공한다”고 자신했다. B787-9는 기내 기압을 일반 항공기의 720hPa보다 높은 800hPa 수준으로 유지한다. 그만큼 두통이나 소화불량 가능성이 줄었다는 게 대한항공 측의 설명이다. 또 난류·와류때 이를 즉각 감지하고 곧바로 비행 자세를 제어해 흔들림을 줄이는 운항 시스템 기술도 적용했다. 공기 압축장치를 도입해 기내 습도를 높이고, 헤파필터로 공기를 정화했다. 이착륙 소음도 기존보다 60% 줄였다.

A330 기종 대비 창문 크기가 78% 커졌고, 이륙·식사·일출·일몰·취침·착륙 때마다 제각기 다른 색깔을 내는 발광다이오드(LED) 조명도 적용했다. 대한항공은 이날 도입한 787-9 항공기를 다음달 12일 김포~제주 노선에 처음 투입(왕복 3회)한다. 오는 6월부터는 토론토·LA·마드리드 등 장거리 국제선에도 투입할 예정이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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