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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연장 무산에 불똥 튄 문재인…박지원 "문재인 사과하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국민의당이 황교안 권한대행의 특검 기한 연장 거부에 대해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에 대한 공세를 높이고 있습니다. 황 권한대행에 대해서도 “역사의 죄인이 될 것”(박지원 대표) 등 강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지만 오히려 눈에 들어오는 건 같은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한 공격입니다.

국민의당 "민주당이 '선총리 후탄핵' 거부한 탓"

이날 국민의당이 내놓은 논평만 봐도 그렇습니다. 황 권한대행이 특검 기한 연장 거부를 발표한 오전9시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국민의당이 낸 논평과 브리핑은 모두 11건인데, 이중 5건이 민주당과 문 전 대표를 겨냥한 내용입니다. 논평 제목만 늘어놓아보면 이렇습니다.

국민의당 논평 11건 중 5건이 민주당 비판

‘특검 연장 불수용의 원죄, 선총리-후탄핵을 무산시킨 더불어민주당에 있다’(이용호 원내대변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고 황교안 대행 탄핵에 앞장서라’(김형남 부대변인), ‘황교안 할아버지가 와도 힘 못 쓴다던 민주당, 입이 있으면 말해보라’(장진영 대변인), '천만 촛불 목소리가 도로 아미타불, 민주당과 문 전 대표의 오만과 아집이 만든 작품'(장정숙 원내대변인), '민주당은 세월호의 선장이 되고 싶은가?'(한기운 부대변인) 등 입니다.

특검기간 연장 무산 후 나온 국민의당 논평들.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한 비판에 눈에 들어온다.

특검기간 연장 무산 후 나온 국민의당 논평들.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한 비판에 눈에 들어온다.

이중 가장 먼저 나온 이용호 원내대변인의 논평을 보겠습니다. 앞부분은 “황 대행은 자신의 만행이 역사에 한 획을 긋는 대역죄임을 알아야 할 것”이라며 황 대행에 대한 비판을 이어갑니다. 그런데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논평의 뒷부분은 민주당과 문 전 대표를 비판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국민의당은 선총리-후탄핵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로 무산되었던 만큼, 이번 특검연장 불수용 사태의 막중한 책임은 더불어민주당에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대선 레이스에만 빠져 선거에 대한 유불리만 계산하는 민주당의 오만불손한 모습이 지금 국민을 망연자실하게 만든 장본인임을 인정하고 국민 앞에 사죄하라.

박지원 당 대표, 주승용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의 발언도 논평과 비슷합니다. 황 권한대행에 대한 비판도 날카로웠지만 민주당과 문 전 대표에 대한 비판도 그 못지 않습니다.

박지원 "문 전 대표 국민 앞에 사죄하라"

주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저희 국민의당은 처음에 선총리 후에 탄핵을 추진하자고 외쳤습니다만 민주당에서 아무런 전략도 없이 선총리 후탄핵을 반대했다”며 “이것만 보더라도 민주당은 이번 특검기한 연장에 대해서 겉과 속이 달랐다”고 비판했습니다. 박 대표도 "우리는 황교안 대행을 규탄해마지 않고 여기에 대한 민주당의 문재인의 응분의 책임있는 해명을 요구한다"며 "이 불행한 국가 사태를 갖고 온 문 전 대표는 국민 앞에 사죄하라고 요구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이 민주당을 비판하는 주요 근거는 ‘선총리 후탄핵’입니다. 지난해 11월 국민의당은 박근혜 대통령의 탈당→4자 회담을 통한 총리 선임→인적 청산에 가까운 개각→검찰수사ㆍ국조ㆍ특검→하야 촉구 또는 탄핵 절차 착수 등의 순서를 단계적으로 밟는 ‘질서있는 퇴진’을 주장했습니다. 먼저 총리를 선출한 후 박 대통령을 탄핵하자는 주장이었습니다.

국민의당 선총리 주장, 민주당 반대로 무산

당시 국민의당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였던 박 대표는 “지금 탄핵으로 가면 황 총리가 그대로 있어서 안된다. 이러한 혼란을 막는 것은 거국중립내각 총리 선임부터 시작되는 만큼, 영수회담을 통해 해법을 마련하자는 것”이라고 선총리의 필요성을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정치권이 총리 논쟁을 벌인다는 건 국민의 퇴진 열기에 잘못 오해가 될 수 있다”며 “우선 박 대통령의 퇴진이 전제돼야 한다”며 반대의 뜻을 표시했습니다. 문 전 대표도 당초 국회 추천 총리 등을 주장하다 11월 15일 기자회견 등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이 조건없는 퇴진을 선언할 때까지 저는 국민과 함께 전국적인 퇴진운동에 나서겠다”며 총리 추천 등의 제안을 거부했습니다. 결국 박 대표는 11월 23일 “국민의당은 ‘선총리 후탄핵’을 고집하지 않겠다”며 한발 물러서게 됩니다.

지난해 12월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야3당 대표 회동. 추미애 민주당 대표와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의 돌발회동과 탄핵안 상정 날짜를 놓고 생긴 갈등으로 분위기가 냉랭했다. 

지난해 12월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야3당 대표 회동. 추미애 민주당 대표와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의 돌발회동과 탄핵안 상정 날짜를 놓고 생긴 갈등으로 분위기가 냉랭했다.

그렇다면 국민의당이 지금 와서 다시 ‘선총리 후탄핵’을 꺼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지난해 12월의 앙금 때문입니다. 당시 민주당은 12월2일 탄핵안 처리를 주장했고, 국민의당은 탄핵 가결을 위해서는 12월9일 처리가 안전하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이같은 국민의당 입장이 “국민의당이 탄핵에 반대한다”로 알려지며 국민의당은 큰 곤욕을 겪었습니다. 박 대표의 후원금 계좌에는 ‘18원 후원금’이 쇄도했고, 항의문자만 3만 통을 받았습니다. 당장 이날 나주에서 한 박 대표의 발언만 봐도 이런 억울함이 그대로 묻어납니다.

지난해 12월2일 탄핵 상정하면 부결된다. 비박의 협력을 받아 12월9일 상정해 가결했다. 이때 그분들은 국민의당이 탄핵을 반대한다, 새누리당 비박들과 통합을 한다는 역선전을 해서 우리당의 지지도, 우리 대통령 후보의 지지도는 추락했다.

이같은 국민의당의 공세에 민주당은 "정치 신의상 옳지 않다"는 입장입니다.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의당이 선총리와 후탄핵을 계속 말한다"는 질문에 "선총리 후탄핵은 대통령 탄핵과 하야를 추진 안 하다는 전제가 있는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며 "그런 주장을 하는 것이 진의 왜곡이다"고 답했습니다. 이어 "그때 총리를 받았으면 탄핵은 물 건너 가는 것"이라며 "국민의당이 그런 주장을 하는 것은 정치 신의상 옳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우상호 "국민의당 비판, 정치 신의상 옳지 않다"

하지만 우 원내대표의 말대로 그 때 선총리를 받았다고 탄핵이 안 됐을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국민의당의 말대로 특검도 연장될 수 있었고 국정 운영도 지금보다 더 나아졌을 수 있습니다.

국민의당 한 의원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시 국민의당에 억울하게 당한 건 사실인만큼 분풀이를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제 국민들은 지나간 과거 일에 관심이 없다. 앞으로 어떻게 할 지 보여주는게 더 중요한 거 아닌가.”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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