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의 추천, 인덱스 펀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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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런 버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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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투자자들이 지난 10년간 월스트리트 자산운용사의 수수료로 낭비한 돈이 1000억 달러(약 113조원)에 이른다”며 월가의 고액 수수료 관행을 강하게 비판했다. 또 향후 수년간 증시 전망을 밝게 보면서 수수료가 낮은 인덱스 펀드를 추천했다.

“월가 10년간 수수료 113조원 #증시 낙관, 저비용 인덱스를”

버핏은 25일(현지시간) 주주들에게 보내는 연례 서한에서 이같이 밝혔다. 금융자산만 763억 달러(약 86조원, 포브스 기준)에 달하는 버핏이 매년 투자 원칙과 전망, 권고 등을 직접 써서 공개하는 연례 서한은 늘 시장의 큰 관심을 불러일으켜 왔다. 그는 이번에 10년 전에 한 내기를 상기시켰다. 그는 2008년 당시 비싼 수수료를 내면서 헤지펀드에 돈을 맡기는 것보다 뉴욕증시의 S&P500지수를 좇는 인덱스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낫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10년 뒤 누가 더 높은 수익률을 거둘지를 놓고 뉴욕의 헤지펀드 운용사 프로티지파트너스와 내기를 걸었다. 내기 기간은 올해 12월 31일까지지만 승부는 사실상 판가름 났다.

버핏에 따르면 지난해 말까지 프로티지 헤지펀드의 연간 수익률은 2.2%에 그쳤지만 인덱스펀드는 연간 7.1%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그는 이렇게 수익률이 저조한 데도 펀드매니저들이 오판에 대한 벌금은커녕 수익의 약 60% 이상을 수수료로 챙겼다며 “대규모 기관투자가든 소액 투자자든 비용이 낮은 인덱스펀드를 하는 게 낫다”고 권고했다.

이런 권고 배경에는 미국 경제에 대한 낙관이 깔려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에 따른 정치적 혼란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버핏은 “다우존스 지수가 20세기에 1만7320%에 이르는 차익을 창출했고, 앞으로도 주식 투자 수익률이 상당한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미국 기업 가치가 앞으로 수년간 현격히 상승할 것”이라며 “비즈니스 혁신과 생산성 개선, 기업가 정신이 이를 뒷받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버핏은 그 예로 1년 전 매입한 애플 주식에서 16억 달러 이상의 평가차익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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