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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G] 영화로 대학 가기 ② ‘죄수생’ 된 재수생, 수시 성공기

T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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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칭대로 특정 분야에 유능한 학생을 선발하는 ‘특기자’ 전형은 수백가지의 대입 전형 중 단연 눈에 띈다. 전형 과정도 일반 모집과 다르지만 2017학년도 평균 6.6%에서 2018학년도 5.5%로 비중이 감소했을 만큼 이 방법으로 입학 가능한 정원은 손에 꼽히기 때문이다. 과연 바늘 구멍 같은 경쟁률을 뚫고 대입에 성공한 이들의 면면은 어떨까.

TONG이 ‘씨네통'(10대 영화감독의 작품 세계를 소개하는 시리즈)으로 만난 청소년 감독 중 자신의 작품으로 대입에 성공한 이들을 만났다. 서류에서 최종합격까지, 특기자 전형으로 영화과 진학에 성공한 생생한 비결을 들었다.

반유진씨의 영화특기자 전형 재수 성공기

지난해 서울 영상고를 졸업한 반유진(20)씨는 고교 2학년 재학 중에 만든 영화 '죄수생'이 호평을 받아 국내외 영화제에서 작품상·감독상 등을 수상했다. 특히 아일랜드에서 개최된 2016 제24회 프레쉬 필름 페스티벌에 초청돼 국제단편경쟁부문 1위의 영예를 차지했다.

반씨는 경력을 살려 고3 때 수시 특기자 전형에 '올인'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영상을 다룬 덕에 순탄하게 진학하리라 기대했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해 자신이 만든 영화의 주인공처럼 재수를 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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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시를 준비했다 실패했기에 재수를 하면서는 정시의 가능성도 염두에 두기로 했다. 목동의 재수 종합 학원에 등록하고 본격적인 재수 생활을 시작했지만 그때를 생각하면 "돌아가고 싶지 않은 순간"이라고 말했다.

"진짜 재수를 해보니 영화를 만들 당시에 제가 얼마나 오만하게 생각했는지 알게 됐어요. 정말 뭣도 모르고 만들었구나 싶었죠. 생각보다 심리적 압박이 컸어요."

수시로 재수에 성공했다는 성공 사례를 찾긴 어려웠다. 고3때보다 더 치열하게 수능 공부에 몰두했다. 그 덕인지 평균 성적도 3~4등급 상승했다. 무엇보다 공부하는 습관을 얻을 수 있었다.

"실기 학원에서 선생님이 영화의 정의를 조사해 오라는 과제를 주셨어요. 재수를 하면서 생긴 공부 습관 덕에 리포트 역시 체계적으로 쓰게 되더라고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죠."

평일에는 종합반, 주말에는 실기 학원을 다니며 대입에 열을 올렸지만 가장 가고 싶었던 한예종 수험에서 고배를 마시며 슬럼프가 찾아왔다. 수능 전에 치룬 수시에서도 이렇다 할 만한 결과가 나오지 않은 것은 물론, 수능 성적 역시 만족스럽지 않았다.

극단적인 생각이 들만큼 좌절감이 컸지만 절박한 상황 앞에서는 슬퍼할 겨를이 없었다. 지난 전형 결과를 돌이켜 보며 패인이 무엇인지 객관적으로 분석했다. 이전까진 수십장씩 예상 답안을 준비했던 것과 달리, 마지막 수시 도전이라고 생각한 국민대 영화특기자 전형에서는 '진솔함'을 무기로 내세웠다.

"재수를 하면서 무엇이 힘들었냐는 질문에 정말 솔직하게 '성적이 안 나와서 힘들었다'고 답했어요. 학과와 학교의 인재상을 참고하는 게 면접에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지나치게 자신을 개조해서 틀에 맞추는 것은 역효과만 일으키는 것 같아요."

국민대 예술학부 영화전공. [사진=국민대]

국민대 예술학부 영화전공. [사진=국민대]

그 결과 반씨는 전체 정원 20명 중 단 1명만을 '영화특기자' 전형으로 선발하는 국민대 예술학부 영화전공에 합격했다. 국민대는 '국내외에서 공인된 연극, 뮤지컬, 영화, 방송(TV) 분야에서 개인상을 수상한 자'에게 ‘영화특기자’ 전형에 지원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수시로 재수에 성공한 자신의 경우가 "운이 좋았다"고 말했지만 마냥 손을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재학 중 생활기록부가 작성되는 기간에는 관심을 기울이고 교무실에 찾아가세요. 결국 생기부도 자신이 만들어나가는 것이니까요. 선생님과 상담을 하면서 최대한 원하는 방향으로 작성될 수 있도록 이끌어야죠."

유명한 감독보다 이 사회에 반드시 필요한 톱니바퀴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는 그는 특기자 전형으로 진학을 희망하는 후배들에게 "지나치게 긴장할 필요는 없다"고 전했다.

"재수에 성공했기 때문에 웃으면서 말할 수 있는 거지만, 마음이 편한 게 최고인 거 같아요. 고3 때보다 면접 준비를 훨씬 많이 했는데, 연습만 하다 보니 단점만 보이고 자신감도 떨어지더라고요. 책상에 오래 앉아 있다고 성적이 오르는 건 아니잖아요? 무엇이 부족한지 고민해보고 해결책을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반드시 가져보기를 추천해요."

글·사진=김재영 프리랜서 기자 t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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