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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우리 공민 쇼크사 … 남한이 음모 책동” 반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북한 최용해 노동당 부위원장(원 안)이 21일 만에 북한 매체에 등장했다. 노동신문은 23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오른쪽 둘째)과 최 부위원장이 공훈국가합창단 창립 70돌 공연에 참석했다고 전했다. [사진 노동신문]

북한 최용해 노동당 부위원장(원 안)이 21일 만에 북한 매체에 등장했다. 노동신문은 23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오른쪽 둘째)과 최 부위원장이 공훈국가합창단 창립 70돌 공연에 참석했다고 전했다. [사진 노동신문]

북한이 23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 피살 사건에 대해 “공화국(북한) 공민(국민)의 쇼크사”라며 “(북한 배후설은) 남조선 당국이 사전에 각본을 짠 음모책동”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13일 김정남 피살 사건 이후 열흘 만에 나온 북한의 첫 공식 반응이다.

“말레이시아 비밀경찰 개입해 꼬여” #단교 조치 등 국제 외교전 대비해 #명분 쌓으려는 ‘어거지’ 분석 #최근 평양 방문자 “김정은 표정 심각”

북한은 조선법률가협회 대변인 명의의 담화에서 “공화국 공민이 비행기 탑승을 앞두고 쇼크 상태에 빠져 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사망한 건 뜻밖의 불상사”라며 “(말레이시아 정부가) 북한 대사관에 시신을 이관해 화장키로 했다고 통보했으나 (김정남이 독살됐다는) 언론 보도 이후 말레이시아 비밀경찰이 개입해 문제가 복잡해지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말레이시아 측의 부당한 행위는 남조선 당국이 벌려놓은 반공화국 모략소동과 때를 같이해 벌어졌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사건에 대한 조사는 말레이시아 당국이 판단할 문제”라며 “오히려 북한이 말레이시아의 주권을 침해하고 한국을 끌어들이며 어거지를 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범행 순간이 담긴 폐쇄회로TV(CCTV)가 공개되고, 용의자가 북한인으로 특정되는 등 수사망이 좁혀지자 한국에 덤터기를 씌우려 한다는 얘기다.

북한의 이날 성명은 말레이시아를 포함한 국제사회와의 외교전을 염두에 둔 명분 쌓기용이란 분석이 나온다. 강철 말레이시아 대사가 두 차례 기자회견을 통해 강력 반발하면서 북·말레이시아 간 외교전 조짐을 보이자 말레이시아의 외교관계 단절 등에 대비해 본질을 흐리고 있다는 것이다. 또 국제사회의 비판에 대해서도 반박할 명분이 필요할 수 있다.

실제 임성남 외교부 1차관은 이날 국회 외통위에 출석해 “올 초부터 미 하원에는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하는 법안이 발의된 상태로, 김정남 피살 사건에 대해 말레이시아 당국이 관련 사실을 완전히 평가해 발표하게 되면 테러지원국 재지정 문제가 미 의회 차원에서 새로운 동력이 형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남 피살 직후 북한의 내부 분위기도 가라앉아 있었다고 최근 평양을 방문했던 복수의 인사가 전했다. 최근 평양에 머물렀던 중국의 대북 소식통은 이날 “평소 김정일 생일 행사는 축제 분위기에서 진행된다”며 “하지만 (중앙보고대회) 행사장의 분위기는 과거와 달랐고 먼발치에서 본 김정은의 표정은 매우 시리어스(serious·심각)했다”고 전했다. 북한 간부들도 김정남 피살에 대해 일절 언급을 피하는 등 몸을 사리는 모습이었다고 한다. 그는 “김정남 관련 소식을 슬쩍 물어보면 다들 눈을 피하며 침묵을 지켰다”며 “(2013년) 장성택 처형 때는 묻지 않아도 먼저 ‘나쁜 놈’이라고 열변을 토했던 것과는 180도 분위기가 달랐다”고 말했다.

방중·실각설 최용해 21일 만에 등장

김정일 75회 생일 기념행사 등에 불참하면서 궁금증을 자아냈던 최용해 노동당 부위원장이 지난 22일 활동을 재개했다. 지난 1일 김정은의 현지지도 동행 뒤 21일 만이다. 북한 관영 언론들은 그가 공훈국가합창단 창립 기념공연에 참석했다고 보도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에서 가장 중요한 정치행사인 김정일 생일에 2인자로 평가받고 있는 최용해가 나타나지 않은 건 의문이지만 그동안 행적에 대해선 파악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용해의 잠적과 관련해선 와병설, 실각설과 함께 김정남 피살 사건 뒤처리를 위한 중국 방문설도 돌았다.

정용수·전수진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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