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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고립주의 거부한 부시의 국정연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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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2002년 국정연설에서 부시 대통령은 '악의 축' 3개국 중 하나로 북한을 지목했다. 또 북한 정권을 가리켜 2003년 연설에선 '무법정권', 2004년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정권'이란 표현을 썼다. 그에 비하면 올해 연설에서 북한에 대한 언급은 외견상 완화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불필요한 마찰이나 빌미를 제공하지 않기 위해 북한을 자극하는 표현을 자제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전체 문맥으로 보아 그렇다고 보기는 어렵다. 부시 대통령은 '민주주의 확산'이라는 미국의 소명(召命)을 거듭 강조하면서 고립주의 회귀 주장을 단호히 거부했다. 그는 "미국은 우리의 적과 친구들에게 고립주의의 잘못된 안락함을 거부한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시킬 것"이라고 못 박았다. 그는 "미국은 전 세계의 폭정 종식이라는 역사적이고 장기적인 목표를 추구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과 확산, 인권 유린, 위폐.마약의 제조.유통 같은 불법행위를 근거로 이루어지고 있는 북한에 대한 압박의 기조는 변함없이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 부시 대통령으로서는 경제.교육.에너지.사회보장 개혁 등 국내 이슈에 연설의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이번 연설의 몇 자구만을 놓고 대북정책에 대한 부시 행정부의 입장 변화를 기대한다면 잘못 짚은 것이다. 위폐 문제 처리와 6자회담 재개 여부를 놓고 미국과 대립하고 있는 북한은 이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우리 정부도 이 점을 충분히 유념하여 북한의 범죄행위에 대해서는 분명한 선을 그어 미국과 공조하면서 6자회담을 통해 북한을 설득할 수 있는 우리 나름의 역할을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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