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현기증 … 환율, 한때 1달러 960원 붕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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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급락한 1일 외환은행 딜링룸에서 한 외환딜러가 모니터를 주시하며 매매 주문을 하고 있다. 김태성 기자

환율=원-달러 환율의 하락세가 좀처럼 멈추지 않아 1일 한때 950원대까지 밀렸다. 국제 자금은 미국 달러화 약세를 피해 한국 등 아시아 증시로 계속 유입되고 있다.

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3.5원 떨어져 961.1원에 마감했다. 이날 외환시장에선 달러화 투매 양상까지 빚어져 오전 한때 원-달러 환율이 전날보다 7원 급락한 957.6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국내 주식 매입을 위해 달러화를 파는 외국인들의 주문이 계속 밀려드는 가운데 수출 기업들도 보유 달러를 서둘러 매도하는 모습이었다. 외환당국은 시장 개입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관망자세로 일관했다.

외환시장 관계자들은 "달러화가 아시아로 끊임없이 밀려들면서 시장개입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국제 자금의 달러화 비중 축소는 올 들어 가속화하고 있다. 1월 중 한국 증시에 21억7000만 달러가 순유입됐고, 태국에는 18억3000만 달러가 들어왔다.

아시아 국가로 국제 자금이 몰려들면서 아시아의 외환보유액도 계속 불어나고 있다.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2090억 달러 증가했으며 한국은 113억 달러가 늘었다.

미국 금리=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를 4.25%에서 4.50%로 0.25%포인트 추가 인상했다. FRB는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2004년 6월 이후 14번째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이로써 미국의 연방금리는 2001년 5월 이후 가장 높아졌으며, 한국 콜금리(현재 3.75%)와의 격차는 0.75%포인트로 벌어졌다.

FOMC는 회의 직후 발표문에서 그동안 사용해 왔던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할 것 같다(be likely to be needed)'라는 표현을 '필요할 수도 있다(may be needed)'로 바꿨다. 또 금리 인상과 관련해 사용했던 '신중하게 점진적인(measured)'이라는 표현도 삭제했다. FRB는 또 발표문을 통해 "최근 몇 달간 주요 물가 상승률이 비교적 낮고 인플레이션의 발생 가능성도 크지 않지만, 고유가 등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한편 벤 버냉키 신임 FRB 의장이 1일 취임했다.

증시=2월 첫 증시가 환율 하락과 국제 유가 급등 등의 영향으로 큰 폭 하락했다. 1일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23.86포인트(1.70%) 떨어진 1375.97로 마감했다. 코스닥 지수는 29.05포인트(4.21%) 급락한 661.19로 마감한 가운데 올 들어 세 번째로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사이드카는 선물가격이 전날 종가보다 5% 넘게 급등락하면 프로그램 매매를 일시 중단시키는 제도다.

메리츠증권 윤세욱 리서치센터장은 "이날 급락은 주가가 최근 닷새 연속 상승한 부담감이 쌓인 데다 원-달러 환율 하락,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 등 안팎의 악재까지 겹쳤기 때문"이라며 "당분간 조정이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글=김동호.표재용.최익재 기자 <dongho@joongang.co.kr>
사진=김태성 기자 <t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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