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에도 표현자유 물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82년 희곡발표이후 공륜심의 및 연극제 참가거부 등으로 인해 무대화할 수 없었던 작품이 최근 넓어진 표현자유의 물결을 타고 연극인들의 최대 제전인 제11회 서울연극제에 참가해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3일부터 7일까지(하오4시30분· 7시30분) 동숭동문예회관 대 극장에서 연극제의 마지막 작품으로 막이 오르는 극단 세실의 『부가부가』 (이현화작· 소윤일 연출)는 「표현자유 확대」의 상징적인 무대.
이 작품은 역사에 심취해 돌발적인 살인사건을 일으킨 신인배우의 심리상대를 극중극 형식으로 추적한 것으로 병자호란·임진왜란·한일합방 등으로 무대가 이어져 올라가며 당시 지도자들의 교활한 모습들이 신랄하게 그러진다. 학평을 주장하는 최명길과 이를 반대하는 김상헌,10만양법을 주장하는 이율곡과 그 반대파, 한일합방을 반대하는 한규설과 이를 매수하려드는 친일파의 대립이 조명되며 그때마다 『부가, 부가』 (절대 반대) 『부가부, 가』 (부득이한 긍정)도 아닌 모호한 『부가부가』를 되뇌는 모호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연출가 채씨는 『적어도 난세를 살아가는 민중의 지도자들은 모호한 언어유희로 책임을 회피하거나 기만하지 말아야한다는 것이 이 작품의 주제』 라며 『마지막에는 10·26을 상징하는 무대까지 마련되나 결코 역사의 어느 특정사건을 소재로 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박정자·이호재·김동수 등 32명이 등장하는 이번 무대에서 주인공인 여배우 역은 연출가 소씨의 여동생인 채승슉씨 (32) 가 특별히 맡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