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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기본소득 15조·어린이집에 18조 … 돈은 있습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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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임기 내 40%, 중장기적으론 50%’(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임기 내 30%, 중장기적으론 50%’(안희정 충남지사), ‘50%’(이재명 성남시장). 30, 40, 50이란 숫자는 국공립 어린이집 이용 아동 비율을 말한다.

대선주자들, 재원대책 없이 #포퓰리즘 공약 앞다퉈 내놔 #국공립 어린이집 비율 50% 땐 #운영비만 매년 1조3500억

국공립 어린이집은 보육비가 적게 들고 ‘믿을 수 있다’는 인식 때문에 2~3년씩 대기를 걸어 놓어야 들어갈 수 있다.

5년 전에도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은 인기 공약이었다. 박근혜 후보는 30%, 문재인 후보는 40%까지 각각 국공립 이용 아동 비율을 올리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2002년 12.9%였던 국공립 이용 아동 비율은 30%로 올라가기는커녕 2015년 11.4%로 감소했다. 국공립 시설 비율도 최근 몇년간 5~6%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연간 100여 개의 국공립 시설을 신축·리모델링하고 있지만 4만2000개가 넘는 전체 어린이집에 비하면 턱없이 모자른다.

문 전 대표 캠프의 홍종학 정책본부장은 “국공립 확충은 의지와 철학의 문제”라며 “현 정부는 거짓 공약을 내세웠지만 우리는 반드시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는 역시 돈이다. 국공립 어린이집 이용 비율을 50% 수준으로 올리려면 국공립 시설은 9000개 정도를 새로 만들어야 한다. 이를 모두 신축한다면 국비와 지방비를 합친 예산소요만 18조원(1곳당 20억원)에 달한다. 공동주택 리모델링(1곳당 8000만원)과 신축을 절반씩 한다고 해도 10조원가량이 필요하다.

연평균 1억5000만원씩 예산으로 지원하는 어린이집 운영비도 만만치 않다. 매년 1조3500억원을 신규 어린이집에 투입해야 한다.

서영숙 숙명여대 아동복지학부 교수는 “국공립 시설의 대폭 증가는 예산 사정상 불가능한 구호지만 매번 반복되고 있다. 보육교사 처우 개선 등 전반적인 질 향상에 투자하는 게 더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어린이집 공약뿐이 아니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의 ‘육아휴직 3년’ 공약, 모든 국민에게 매년 30만원을 주는 이재명 시장의 기본소득제 등 포퓰리즘성 공약이 적지 않다. 유 의원의 ‘육아휴직 3년’ 공약을 위해선 중소기업에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 이 시장 주장대로 전 국민에게 매년 30만원을 주면 15조원 정도가 필요하다.

대선주자들은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정책을 쏟아내면서도 정작 재원 마련 방법은 불분명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복지 수준을 높이려면 증세가 필요한데도 구체적 증세 방안을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이 시장의 경우 기본소득 시행을 위해 ‘국토보유세’를 신설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일부 부유층에서만 세금을 걷고 대부분의 국민은 세금 부담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허진·정종훈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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