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맺어준 '아버지와 딸'

미주중앙

입력

긴급 전화를 받고 출동한 소방관이 산모로부터 신생아를 직접 받아내고 이후 자신의 딸로 입양시킨 영화 같은 이야기가 5년 만에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입양한지 얼마되지 않은 때 마크 해든 소방관과 아내, 두 친아들이 입양된 딸 그레이시와 한 가족으로서 다정한 한 때를 보내고 있는 모습. [유튜브 캡처]

긴급 전화를 받고 출동한 소방관이 산모로부터 신생아를 직접 받아내고 이후 자신의 딸로 입양시킨 영화 같은 이야기가 5년 만에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입양한지 얼마되지 않은 때 마크 해든 소방관과 아내, 두 친아들이 입양된 딸 그레이시와 한 가족으로서 다정한 한 때를 보내고 있는 모습. [유튜브 캡처]

기도의 응답이었을까, 하늘이 맺어준 인연이 화제다. 기도, 불임, 긴급사태 발생 전화, 싱글맘, 산파 역할, 여아 탄생, 그리고 입양. 마치 미리 준비된 듯한 각본 같은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긴급 출동해 '직접 받은' 아이 입양
딸아이 갖기위해 부부 기도하던 중

시간은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머틀 비치시에서 소방관으로 근무하는 마크 해든은 당시의 일을 결코 잊을 수 없다. 하루 동안 수많은 일이 하나의 완전한 원을 만드는 것처럼 일어났기 때문이다.

긴급사태 발생을 알리는 911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렸다. 한 여성이 심각한 복통으로 사경을 헤매고 있다는 신고였다. 바로 현장으로 출동했다. 복통의 원인은 산고였다. 상황은 급박했다. 의사를 부를 시간이 없었다. 병원에 갈 시간도 없을 정도였다.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해든과 그의 동료는 즉각 산파역을 준비했다. 그리고 잠시 후 "응애, 응애", 구급차 안에서 레베카 그레이스 해든이 탄생했다.

"한 명의 환자를 보살피려 출동했는데 결과는 2명이었습니다. 산모와 아기였죠."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해든이 병원에 도착해 들은 이야기는 충격이었다. 산모가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처지가 되지 못해 아이를 입양시켜야 한다는 것이었다. 의사로부터 그 말을 전해 들은 해든은 농담으로 "그럼, 제가 아빠하면 되겠네요!"라고 말했다.

퇴근해서 집에 돌아온 해든은 아내에게 그날 근무하면서 벌어진 일을 이야기했다. 그러자 아내는 "우리가 그 아이를 키우면 어떨까요?"라고 반응했다.

"우리 부부는 사실 오래전부터 기도 제목이 하나 있었습니다. 아이를 더 갖기 원했지만 낳을 수 없는 상황이어서 입양을 고려하고 있었거든요. 작은 여자아이를 입양할 꿈을 꾸면서 기도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48시간이 지난 뒤 해든 부부는 영원히 가족의 일원으로 이 여아를 집으로 데려온다.

"그레이시(Gracie)를 집으로 데려왔을 때 아내의 얼굴에서는 빛이 환하게 비쳤어요. 정말 이 이야기를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그레이시는 이제 다섯 살이다. 체조와 축구 선수를 할 정도로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위로는 입양 첫날부터 자신을 따뜻하게 맞아 준 윌(14)과 파커(12) 오빠가 있다.

해든의 인생은 지금 많이 달라져 있다. 그는 자신이 소망했던 것 이상으로 '딸바보' 아빠로서의 삶에 의미와 재미가 생겼다고 말한다.

"매일 딸내미를 깨우고, 등교할 준비를 하고, 나중에 학교가 파하면 집으로 데려오는 일을 했으면 좋겠어요."

소방관에서 은퇴한 그는 "내 인생에서 최고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딸내미가 우리 가족 모두의 인생을 환하게 비춰주고 있어요."

해든은 그의 소중한 딸이 말귀를 알아들을 때부터 탄생에 얽힌 비화를 모두 이야기했다. 심지어 딸이 태어난 구급차를 직접 보여주기도 했다.

"모든 사실을 다 알고 있지요. 하지만 세월이 흘러 나이가 들면서 주위에 있는 모든 것을 지금보다 뚜렷이 인식할 때쯤에는 다시 한번 태어났던 상황을 설명해야 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레이시의 탄생으로 머틀 비치 소방국은 해든을 그해에 '올해의 소방관'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해든에게는 그가 원했던 딸을 가진 것만큼 큰 상은 없다.

"딸내미는 정말 특별한 사람입니다. 우리 가족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고 딸내미도 그 사실을 알고 있지요."

김병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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