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이렇지요] BCG 맞혀도 결핵에 왜 걸릴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8면

얼마 전 서울의 어느 고등학교 3학년 학생 22명이 결핵에 감염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결핵이 아직도 우리나라에서 문제가 되나'라는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나라 결핵환자는 이전보다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적지 않습니다. 실제 결핵 발생률은 인구 10만명당 67.2명으로 미국의 12배며 결핵으로 인한 사망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중 1위(10만명당 6.7명)입니다.

1인당 국민소득 1백달러도 안되던 시절에 문제되던 병이 국민소득 1만달러 시대에도 왜 여전히 많고 집단 발병까지 할까요?

먼저 결핵은 공기로 쉽게 전염하는 병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예컨대 학교에서 선생님이나 학생 중 한 명만 환자가 있어도 공기를 통해 다른 반 학생에게까지 전염시킬 수 있는 거지요.

또 결핵은 최근 들어 선진국에서 또다시 관심거리가 되는 병이기도 합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결핵균은 일단 몸에 들어온 후 발병을 하지 않고 잠복해 있다가 노화.항암 치료.만성 질병.장기 이식 등으로 면역력이 떨어지면 언제든지 발병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선진국에선 평균 수명도 늘고 이전보다 심각한 병을 가진 채 장기간 생존하는 환자가 늘면서 면역력이 약한 인구가 날로 증가해요.즉 결핵균에 취약한 사람이 느는 셈이지요.

또 하나 일반인이 궁금해 하는 것은 결핵예방접종으로 알려진 BCG접종을 받은 아이가 왜 결핵균에 감염되는가 하는 점입니다. BCG 접종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5세 미만의 어린이가 결핵에 감염됐을 때 전신에 퍼져 생명을 위협하는 속립성(전신성) 결핵이나 심한 후유증을 남기는 결핵성 뇌막염으로 진행하는 것을 막도록 하는 것입니다.

즉 결핵에 감염되더라도 심하게 앓지 않도록 예방해 주는 거지죠. 폐결핵 예방효과에 대해선 의학자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있을 정도며, 실제 BCG 접종을 해도 결핵은 걸릴 수 있습니다.

그러면 결핵 전파를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장 중요한 점은 조기 발견.조기 치료하는 겁니다.따라서 열이 나면서 기침이 2~3주 지속하면 오래 가는 감기로 지나치지 말고 가슴 X선 검사를 받는 게 안전합니다. 다행히 결핵균은 2주간 치료하면 전염력은 없어진답니다.

황세희 전문기자.의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