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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세금 쥐어짜기' 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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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저출산 대책 마련과 사회안전망 구축 등 미래 대책을 위한 정부의 재원 마련 방안이 비과세.감면 혜택을 대폭 줄이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예컨대 지금은 전체 가족이 2인 이하이면 추가 소득공제 혜택을 주었으나 내년부터 이를 없애는 식이다. 이런 비과세.감면 축소는 세율을 올리거나 새로운 세금을 신설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존의 혜택을 줄이기 때문에 일부의 세금 부담이 늘어난다. 그래서 정부가 세금을 올리지 않겠다는 약속과 달리 '쥐어짜기식 증세(增稅)'에 나서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 30조5000억원 마련 방안=정부가 2007~2010년 추진할 '저출산.사회안전망 개혁방안'에 들어갈 예산은 30조5000억원이다. 이 중 20조원은 이미 중기재정계획에 포함돼 있다. 문제는 나머지 10조5000억원의 조달 방법이다. 정부는 추가로 세금을 더 확보해 4조9000억원을, 불필요한 사업과 공무원 인건비 등을 줄여 5조6000억원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 중 추가 세금 확보를 위해 재정경제부는 31일 ▶1~2인 가구에 대한 추가 소득공제 폐지▶기관투자가 배당소득에 대한 과세 강화 등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정부는 지난해 말 임시투자세액 공제 혜택을 줄여 2조원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 미혼과 무자녀 가구 세금 늘어=1~2인 가족 추가공제가 폐지되면 부부만 사는 가구는 물론이고 자녀가 셋인 맞벌이 부부까지 세금 부담이 커진다.

현재 독신 가구주면 기본공제(1인당 100만원) 외에 추가로 100만원의 소득공제를 받는다. 부부만 사는 2인 가구주도 기본공제(1인당 100만원)외에 50만원의 추가 공제혜택을 받는다. 자녀가 없는 맞벌이 부부는 각각 1인 가구주로 인정돼 각자 추가 100만원의 소득공제를 받는다. 이 제도는 1996년 도입됐다. 재경부 관계자는 "가족이 적어도 주거비.생활비 등의 지출은 가족이 많은 가구에 비해 별로 적지 않기 때문에 형평성 차원에서 이런 혜택을 주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저출산 문제가 심각해지자 출산을 유도한다는 명분 아래 재경부는 방향을 완전히 바꿨다. 1~2인 가구도 기본공제만 허용하고 추가 공제혜택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1~2인 가족이 부담해야 할 세금은 소득에 따라 연간 2만~35만원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근로소득세를 내는 1~2인 가구의 근로소득자는 475만 명이다. 이에 대해 자녀 없이 맞벌이를 하는 김모(36)씨는 "의사.변호사 등 전문직 자영업자로부터 세금을 제대로 걷는 방안은 언급도 안 하면서 자녀 없는 맞벌이들만 쥐어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일부에서는 부부만 사는 맞벌이 가구 등에 세금을 더 매기면 살림살이가 어려워져 출산을 더 꺼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 나라 살림살이 알뜰히 해야=재경부는 이날 기관투자가의 배당소득액에 대한 과세를 강화해 3년간 8000억원을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한다고 밝혔다. 부가가치세를 물리지 않는 영세율 품목도 줄여 부가세를 더 걷을 계획이다. 이미 보통 독성 농약과 주행형 탈곡기, 인력분무기 등에는 영세율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비과세 혜택을 줄이기 전에 정부가 먼저 나라 살림살이를 알뜰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 크다. 성균관대 안종범 교수는 "정부가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하지 않으면서 세금만 늘리면 국민의 저항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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