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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안희정 '분노' 논쟁…'청산'과 '통합' 사이 양측 시각차

중앙일보

입력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서울에서 SNS 영상 메시지 ‘주간 문재인 6탄’을 녹화하고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노동 3권을 보장받아야 한다”고 말했다(왼쪽 사진). 같은 날 안희정 충남지사는 대전에서 열린 ‘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 연수에 참석해 “여성 차별을 철폐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록 기자, 프리랜서 김성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서울에서 SNS 영상 메시지 ‘주간 문재인 6탄’을 녹화하고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노동 3권을 보장받아야 한다”고 말했다(왼쪽 사진). 같은 날 안희정 충남지사는 대전에서 열린 ‘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 연수에 참석해 “여성 차별을 철폐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록 기자, 프리랜서 김성태]

안희정, "지도자의 분노는 피바람" #문재인, "사람이 아닌 불의에 대한 증오"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주자인 안희정 충남지사의 ‘선의(善義)’ 발언 논란이 문재인 전 대표와의 ‘분노’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
발단은 19일 안 지사가 부산대 강연회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발언 중 “누구라도 그 사람의 의지를 선한 의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언급하면서다.

그는 “K스포츠와 미르재단도 동계올림픽을 잘 치르고 싶었던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법과 제도를 따르지 않아 문제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또, “이명박 전 대통령도 ‘747 공약’ 등을 잘 해보고 싶었을 것”이라며 “국가주도형 경제발전 모델로는 대한민국 경제발전 못한다는 걸 계산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두 대통령의 정책은 좋은 의도에서 시작했지만 부적절한 절차가 문제였다는 의미로 해석되면서 야권 지지층을 중심으로 논란이 벌어졌다.

그동안 안 지사와 '한 팀'을 강조하던 문 전 대표도 이튿날 기자들과 만나 “안 지사의 말에 분노가 담겨있지 않고 빠져 있다”고 이례적으로 날을 세웠다.
그는 “분노는 정의의 출발이며, 불의에 대한 뜨거운 분노가 있어야 정의를 바로 세울 수 있다. 국민의 정당한 분노가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자 안 지사도 이날 오후 캠프 사무실에서 조직원들과 만나 “광화문 광장에 앉아있을 땐 나도 열 받지만, 지도자로서의 분노라고 하는 것은 그 단어 하나만 써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피바람이 나느냐”고 반문했다. 

이튿날 다시 문 전 대표가 이를 되받았다. 그는 21일 기자들과 만나 “지금 우리의 분노는 사람에 대한 증오가 아니라 불의에 대한 것”이라며 “불의에 대한 뜨거운 분노없이 어떻게 정의를 바로 세우겠는가. 적폐청산과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국가대개혁은 정말 오래된 적폐에 대한 뜨거운 분노, 또 그것을 혁파하겠단 강력한 의지 위에서만 가능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결국 안 지사가 한 발 물러섰다. 안 지사는 이날 오후 서울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4차 혁명과 미래인재’ 콘퍼런스에 참석해 기자들과 만나 “정치를 대하는 저의 태도는 어떤 분의 말씀도 액면가로 선의로 받아들여야 대화도 문제 해결도 될 수 있다는 취지의 말이었다”며 “그것이 최근 국정농단 사건에 이르는 박근혜 대통령의 예까지 간 것은 아무래도 많은 국민께 다 이해를 구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런 점에서 제 예가 적절치 못했다”고 말했다.

안 지사와 문 전 대표의 시각 차이는 지난해 촛불 정국에서도 확인됐다.

문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6일 박 대통령 탄핵촉구 촛불집회에서 “만약 국회가 탄핵하지 않으면 국민이 국회를 심판해야 한다. 촛불의 분노가 이제는 쓰나미처럼 국회를 향해 밀려들어 국회를 덮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안 지사는 12월13일 한 간담회에서 “분노로 작두를 타버리면 폭력과 전쟁의 시대로 만들어 버린다”며 “작두를 타는 경지에 오른 정치인들이 많지만, 이들이 모두 좋은 정치를 한 것은 아니다. 정치인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정의에 대해 목소리를 내면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관계자는 “전통적인 야권 지지층으로부터 지지를 얻는 문 전 대표와 중도층에 지지를 호소하는 안 지사의 차이인 것 같다”고 말했다. 당내 일각에서는 “안 지사의 주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 정부에 대한 분노를 촉구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나, 기득권에 대한 분노를 스스럼없이 드러낸 노무현 전 대통령과 사뭇 다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편 안 지사는 지난달 22일 출마 선언 당시 “김대중ㆍ노무현의 시대를 뛰어넘은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또, 13일 SBS의 ‘대선주자 국민면접’에서도 ‘김대중ㆍ노무현의 리더십보다 나은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노무현 전 대통령을 따라다니며 결심한 것이 ‘가능하면 꽃으로도 안 때리겠다’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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