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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교부 - 지자체 곳곳에서 마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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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갈등으로 수도권 광역철도 건설이 지연되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 일부 구간은 양측의 의견이 달라 공사계획조차 확정하지 못하는가 하면 공사가 지연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양측의 갈등에 지역주민의 불편만 커진다는 지적이다.

◆ 계획 단계에서 혼선 빚는 전철 신분당선 연장 구간=전철 신분당선(서울 강남~판교~분당 정자)의 연장선은 분당 정자~수원 화서를 잇는 18㎞ 구간에 건설될 예정이다. 총공사비가 2조6000억원에 달하는 이 구간은 심각한 교통난을 겪는 용인 수지와 2010년부터 입주가 시작될 광교신도시를 통과한다. 광교신도시에는 테크노밸리 조성과 더불어 주택 2만4000여 가구가 건설된다.

정부와 경기도는 지난해부터 이 지역 주요 교통대책으로 연장선 건설을 추진해 왔다. 이 노선이 완공되면 광교에서 강남까지 20분대에 도달할 수 있다.

건교부는 당초 2월 말까지 건설계획을 마무리하고 설계 과정을 거쳐 2009년에 착공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경기도가 건교부와 다른 건설 방식을 제시해 연장선 건설 일정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커졌다.

건교부는 2단계로 나눠 정자~수지~광교 구간을 먼저 건설하려고 했다. 나머지는 2단계로 하자는 것이다. 차량기지도 광교 주변에 세우자는 입장이다. 정자~수지~광교 구간은 교통량이 많아 민자 유치가 쉽지만 화서까지 동시에 건설할 경우 민자 유치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건교부는 2단계로 나눠 공사할 경우 정자~수지~광교 구간은 2013년에는 완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승길 건교부 광역철도과장은 30일 "화서까지 전 구간을 한꺼번에 다할 경우 광교 이후 구간의 수익성이 떨어져 민자 유치가 사실상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민자 없이 국고로만 하면 20년 이상 걸려 중단기 교통대책으로서의 기능은 포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일 건설사업에 한해 1000억원 이상의 예산이 배정되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2월에 계획이 확정돼야 연장선 건설일정을 맞출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경기도는 전 구간을 동시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차량기지도 종점 부근인 화서나 호매실 주변이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함중식 경기도 건설교통국장은 "지역개발 계획 등을 고려할 때 전 구간 완공이 필요하다"며 "전 구간을 동시에 건설해도 좋은 조건만 제시하면 민자 유치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양측 간 협의는 별다른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 지자체 반대로 공사 지연=경춘선 복선전철화 사업도 지자체의 반대로 공사가 지연되는 경우다. 경춘선 복선전철화 사업 구간 중 갈매~성북~청량리로 이어지던 노선을 갈매~망우(중앙선)~청량리로 바꿔 연결하는 신설 구간(지도 참조)이 문제가 됐다.

이 계획대로 복선전철화가 이뤄지면 종전보다 거리는 3.1㎞, 시간은 8분 정도 단축된다. 그러나 중랑구청 측은 지난해 갈매~망우 구간을 지하로 건설하고 신내역은 지하에 건설하자고 주장했다. 유철민 중랑구 건설교통국장은 "지상노선으로 가면 지역이 나눠지고 소음 등 주거환경도 크게 나빠진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건교부는 "해당 노선에 화물열차가 운행하기 때문에 분진 등을 고려하면 지하역 건설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또 이 지역으로 지하철 6호선이 연장될 계획 등임을 고려할 때 지상에 철로를 깔고 역을 짓는 것이 낫다고 맞서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10월 말 착공식을 했으나 3개월 넘게 공사를 하지 못하고 있다.

건교부 관계자는 "실제 공사에 필요한 각종 인허가 권한을 지자체가 쥐고 있어 지자체의 협조 없이는 공사 진행이 불가능하다"고 하소연했다.

◆ 완공 시기 1년 지연=지난해 6월 말 착공식을 한 신분당선도 서울시가 양재 IC역 추가 설치를 요구하고 나서면서 건교부와의 마찰로 7개월가량 공사를 하지 못했다. 양측은 1월 말에야 역은 추가하지 않고 포이역의 위치를 양재 IC쪽으로 400m가량 옮기는 것으로 합의를 봤다. 이 사이 신분당선 완공 시기는 2009년 말에서 1년 이상 늦춰졌다.

경의선 복선화 사업 중 고양시 구간도 지자체의 지하화 요구에 막혀 2002년부터 3년간이나 공사를 하지 못했다. 지난해 7월에야 지상화로 하되 주변 정비에 정부가 돈을 투입하는 것으로 합의를 봤다.

김시곤 서울산업대 철도전문대학원 교수는 "건설 지연으로 인한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간다"며 "정부와 지자체 간 갈등을 적절하게 풀어나가는 중재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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