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에세이] 전쟁터 같은 중국 폭죽놀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한마디로 전쟁터 같았다. 28일 밤부터 설날인 29일 아침까지 베이징(北京) 곳곳에선 폭음이 그치지 않았다. 총만 없었을 뿐 폭죽 소음은 싸움터 그 이상이었다.

그래도 베이징 시민들은 행복한 표정이었다. 너도나도 흥에 겨워 거리로 쏟아져 나와 하늘에 핀 불꽃을 즐겼다. 그 때문에 베이징의 외국인들도 덩달아 밤을 하얗게 새웠다. 13년 만에 허용된 춘절(春節.한국의 설) 폭죽놀이는 한마디로 엄청났다.

그러나 다른 면을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28일부터 베이징 시내 562곳의 임시 폭죽판매장에서 팔린 폭죽은 아직 집계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베이징 시 당국은 30일 "28일 저녁부터 29일 아침까지 베이징시는 모두 458t의 폭죽 쓰레기를 수거했다"고 밝혔다. 쌓아 놓으면 제법 큰 야산이 될 만한 규모다.

인명 피해도 적지 않았다. 동인(同仁)의원, 304의원, 베이징 박애의원 등 폭죽 관련 피해자 전문병원으로 지정된 3개 병원은 30일 "추시(除夕.춘절 전날 밤) 오후 8시부터 만 하루 동안 폭죽으로 인해 모두 70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28일 저녁엔 베이징에서만 38대의 승용차 타이어가 파손됐다.

춘절 오후에는 허난(河南)성 린저우(林州)에 있는 폭죽공장에서 원인 모를 화재가 발생해 16명이 죽고 수십 명이 다쳤다.

후유증이 적지 않자 베이징 인민대표(시의원)들이 들고일어났다. 천멍페이(沈夢培) 대표는 "베이징 경찰 전원이 밤새 소화기를 들고 시내를 순찰했지만 인명 피해를 막지 못했다"며 "과연 이 정도로 경찰을 투입하고 피해를 감수할 만큼 폭죽놀이가 가치 있다고 보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나 한 시민은 "좀 더 엄하게 관리할 필요는 있지만 전통놀이를 금지해선 안 된다"고 반박했다.

시민들의 입장도 폭죽 완전 금지와 제한 허용으로 갈렸다. 중국인들의 이 같은 논란 가운데 외국인들의 반응은 대부분 한쪽으로 쏠렸다. "제발 금지해 주세요. 무서워 죽겠어요."

진세근 베이징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