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시대, 한국의 생존전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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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명건 세종연구소 명예이사장

주명건 세종연구소 명예이사장

한국은 너트 크래커에 끼인 호두와 같이 강대국 사이에 끼어있고 호전적인 북한을 상대해야 하므로, 국민의 의지와 상관없이 국운이 결정되고 있다. 

한국이 명실상부한 자주독립국이 되기 위해서는 이들의 영향력을 최소화하고 북핵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생존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최근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와 자국 우선주의 및 대중 압박이 강행되고 있기에 확실한 생존전략이 요구되고 있다. 한국은 군사적으로는 미국에 의존하지만 수출의 대중 의존도가 31%에 달하고 있어 경제는 중국에 예속돼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나치게 높은 대중 수출의존도를 낮추되, 수출 규모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새로운 수출시장을 확대해야 한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정책 대안은 다음과 같다. 첫째 아세안+K의 구축이다. 

아세안은 인구가 6억2000만 명이며 국내총생산(GDP)은 2조5000억 달러다. 자원이 풍부하며 중위연령은 한국보다 12년 낮아서 경제성장동력이 충분하다. 경제성장 속도나 잠재력도 중국보다 크다. 

아세안과 긴밀한 경제협력을 적극 추진한다면, 대중 의존도를 줄이면서도 한국경제는 지속해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한국은 내수를 창출하여 수출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 내수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경기만 일대를 간척하여 세계평화수도를 건설하고, 동북아의 싱가포르로 만들 필요가 있다. 

세계평화수도는 평균수심이 14m인 경기만을 싱가포르의 7배 규모로 4800㎢(15억평) 간척하여 단계적으로 분양하고 7000여개의 국제기업과 국제기구를 유치하여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프로젝트다. 간척지 매각을 통해 확보하는 1350조원의 순수익으로 제2국민연금을 조성한다면 전 국민의 복지를 대폭 증진하고 소비를 활성화할 수 있다. 

그러나 국제기업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먼저 세제개혁과 규제 완화를 해야 한다. 한국은 소득세와 법인세가 높아 해외기업을 유치할 수 없으므로, 소득세를 홍콩(17%)과 싱가포르(18%) 수준으로 인하해야 한다. 또한 법인세도 홍콩(16.5%), 싱가포르(17%) 수준으로 낮추어야 한다. 

아일랜드(13%)와 독일, 캐나다(15%) 및 스위스(8.5%)와 영국(18%)까지도 법인세율을 인하하여 해외기업을 유치하려고 사력을 다하고 있다. 그러므로 한국도 소득세와 법인세를 이 수준으로 낮추지 않으면 세계적인 무한경쟁에서 도태될 것이다. 세수부족분은 세율인하에 따른 외국인직접투자(FDI)와 외국기업유치에 따른 고용창출로 메꿀 수 있다. 셋째, K-디아스포라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 

이는 전세계의 시장을 개척하는 장기핵심전략이다. 전세계 금융업을 장악한 유대인과 로스차일드 가문의 디아스포라 전략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전세계 2000개 도시에 정착하고자 하는 벤처기업가들의 제안서를 받고, 의지와 능력이 검증된 사람들에게 투자하여 세계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해야 한다. 

한국이 강대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이와 같이 다양한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특히 K-디아스포라를 통해 수출시장을 다변화하고, 아세안+K를 구축하여 아시아경제공동체(AU)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세계의 평화수도를 건설하여 내수경제를 창출해야 한다. 

주명건 세종연구원명예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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