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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 물결따라 미니스커트→팡탈롱→빅 룩으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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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60년대의 미니스커트와 핫팬츠, 70년대의 판탈롱과 블루진, 그리고 80년대의 헐렁한 빅 룩에 이는 지극히 여성적인 50년대식 고전의 재현. 이것이 지난 20여년간 한국패션계를 이끌어와 오늘에 이른 여성 유행 모드의 간략한 변천사라고 할 수 있다.
세계적인 의상패션의 진원지인 파리·밀라노·뉴욕 등 환미의 영향아래 열병처럼 번져나간 유행이었다는 것이 지난 50여년간 한국패션디자이너의 산실을 해온 국제복장학원 신혜순원장의 얘기다.
실제로 한국의 젊은 여성들 사이에 양장이 일반화하기 시작한 것은 6·25전쟁이 터진 50년 이후라 할 수 있다. 낙하산지 블라우스에 플레어의 긴 스커트 차림이 젊은 여성들이 선망하던 모습이었고 맘보 바지·타이트 스커트도 나왔다.
영국출신 디자이너 「메리·퀸트」가 깡마른 10대소녀「트위기」에게 입혀 전세계를 들끓게 했던 미니스커트가 본격적으로 한국에 상륙한 것은 60년대 중반.
67년 미국에서 활약하던 가수 윤복희는 가냘픈 몸매에 핫 미니의 경쾌한 스커트 차림으로 TV브라운관에, 신문지상에 그 모습을 나타내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미니열풍은 전국을 휩쓸어 무릎 위 30cm까지 올라간 이른바 마이크로 미니·핫 미니까지 나타나자 급기야 73년2월 치안당국은 새 경범죄 처벌법을 마련, 경찰서에서 치마길이를 재어 위법 여부를 가리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70년대는 초기의 미니로부터 미디·맥시의 길이가 선보였고, 거리를 휩쓸던 팡탈롱·블루진 등 다양한 모드의 패션 전성기. 특별히 청바지 차림은 통기타·생맥주와 함께 70년대에 등장한 청년문화 ,즉 젊음의 상징처럼 되어 크게 유행했다.
80년대는 70년대 후반부터 나타난 헐렁한 빅 룩의 의상들과 함께 여러가지 옷을 겹쳐 입어 모양을 내는 이른바 「레이어드 룩」이 주종을 이루었다.
미디·샤넬 길이와 팬츠 등 편안한 옷이 널리 입혀지면서 계절마다 세계적인 뉴 패션의 흐름이 소개되지만 종전처럼 일률적인 추종이 아닌, 입는 이의개성에 맞춰 소화하는 차림이 늘고있다고 패선 디자이너 이신우씨는 얘기한다.
87년 추동모드의 특징은 허리·가슴을 강조한 여성적인 스타일에 치마 기장이 짧아져 다시 미니가 등장하고 흑색·회색·갈색 등 어두운 색조가 주된 흐름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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