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연찮은 전경련태도|배명복 <경제부 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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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전경련회장실을 점거해 농성을 벌이던 목사·전도사등 목회자 23명이 모두 경찰에 입건되고 그중 5명은 구속됐다.
이들이 전경련 회장실을 점거, 농성을 벌인 것은 지난 5일 국무회의에 보고된 「근로자의 경영진에 대한 폭행 사례」중 대부분이 허위 날조된 것이니 전경련이 지상을 통해 공개사과해야 한다는 주장을 전달하기 위해서 였다.
자신들의 요구에 대해 전경련회장으로부터 직접 책임있는 답변을 듣기 전에는 물러설수 없다면서 여러차례 퇴거 요청을 받고도 5시간이상 버티다가 결국 전경련측의 요청으로 미리 대기하고 있던 경찰에 의해 연행된 것이다.
이들이 입건·구속된 것은 물론 이들의 행위에 대한 사법당국의 독자적 판단에 따른 것이므로 전경련과 직접 관련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이들이 회장실을 점거하기 바로 2시간전 전경련은 회장단의 기자회견을 자청, 노사대화합의 차원에서 구속근로자 석방을 정부당국에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입건·구속된 목회자들을 근로자와 동일하게 볼수 없는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이들이 전경련의 요청으로 강제 해산되고 연행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노사대화합을 제창한 전경련 주장의 진의에 다소 의구심을 품지않을수 없었다.
전경련의 주장대로 허락도 없이 남의 사무실을 점거해 농성을 벌인 것은 명백히 주거 침입이고 업무 방해로 실정법 위반 행위다. 또 이들이 국무회의 보고와는 무관한 제3자임에도 틀림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에 대한 전경련의 대응에 일말의 석연치 않은 느낌을 지워버릴수 없는 것은 전경련이 국무회의에 보고한 내용중 잘못된 부분에 대한 공식적인 해명조치가 이제까지 없었다는점 때문이다.
목회자들이 해명을 요구하는 방법에 있어 무리가 있었다하더라도 그것이 전경련의 잘못을 정당화시킬 근거는 되지 못한다.
더우기 이들의 주장에 대해 경찰력을 동원하기에 앞서 충분한 대화와 설득으로 응할수는 없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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