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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대선후보군, 왕년엔 '올스타'…지금은 '조기축구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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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국민들께서 깜짝 놀랄 후보를 만들어주실 걸로 기대하고 있습니다.”(15일,인명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

황교안-홍준표 '투톱' 외 풍요속 빈곤

“우리 당에 유력한 대선주자가 너무 많아서 누가 유력하다 얘기하면 다른 분들이 섭섭해할 것 같습니다.”(16일,정우택 원내대표)

 자유한국당의 대선후보군은 두자리수다. 이인제 전 최고위원ㆍ원유철 의원ㆍ김진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ㆍ안상수 의원ㆍ김관용 경북지사ㆍ김문수 전 경기지사ㆍ조경태 의원ㆍ김기현 울산시장ㆍ정우택 원내대표ㆍ홍준표 경남지사 등이다. 한국당이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 대행까지 포함할 경우 꼭 11명이다. 대선주자들로 축구팀 하나를 꾸릴 수 있을 정도다.

스펙 또한 화려하다. 이인제 전 최고위원은 이미 20년전 대선에 출마해 500만표(492만표)가까이 얻은 적이 있다. 1997년 대선에 국민신당 후보로 첫 출마한 이후 네번째 대선도전이다.
 김 전 지사는 2012년 새누리당 경선에서 박근혜 후보에 이어 2위를 했다. 이번이 두번째 대선도전.

다선(5선 원유철, 4선 정우택)에 도백(홍준표, 김관용), 보수논객(김진) 등 진용도 다양하다.
왕년에는 한가락씩 하던 용장들이지만 최순실 국정농단의혹 사건과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가결사태, 새누리당 분당을 겪으면서 당이 치명타를 맞아 결정적으로 지지율이 낮다. 아니 지지율이 '없다' 또는 '모른다'는 말이 정확하다.  황교안 대행을 제외하면 나머지 후보들은 여론조사 기관들이 지지율 조사 대상에 포함조차 시키지 않고 있다.

당내에선 왕년에는 '올스타'였지만 지금은 '조기축구회'라는 자조도 나온다. 조기축구회일망정 한국당 대선주자들과 황 대행을 넣어 축구팀 11명을 만든다면 ‘투톱’ 은 누가 맡게될까. 당내에선 황교안 대통령 권한 대행과 홍준표 경남지사를 꼽는다.

홍 지사는 거침없는 언변으로 ‘홍트럼프’ 또는 '홍반장'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그는 16일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1억원을 불법 수수한 혐의에 대해 항소심 무죄가 선고되면서 다크호스로 부상했다. 홍 지사는 무죄 판결후 컴백을 알리는 기자회견에서 “대선 문제를 지금 거론한다는 것은 좀 성급하지 않나”면서도 “절망과 무력감에 빠진 국민들에게 희망을 드릴 수 있다면 어떤 어려움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대선출마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홍 의원과 가까운 한 의원은 “대선출마선언은 시간 문제일 뿐”이라고 말했다.

당 지도부도 반색하는 분위기다. 당 핵심 관계자는 “홍 지사가 경선에 가세하면 당으로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다”며 “대선 흥행카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 지사는 지난해 12월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근혜 대통령이 부적절한 처신은 맞지만 죽을 죄는 아니다”라며 탄핵반대 진영의 표심을 겨냥 했다. 다만 2015년에 기소될 당시 당원권 정지 처분을 받은 것은  풀어야 할 과제다. 인명진 위원장은 “최종심이 날 때까지 당원권 정지 결정을 내린 것이니 검찰의 상고 여부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지만 당 내부 문제인 만큼 지도부의 결단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홍 지사 역시 17일 리얼미터 조사에서 1.3%에 그쳤다. 무죄선고가 나기 전 조사(2월 13일~15일)란 점을 감안하더라도 아직은 낮은 수준이다.

황 대행은 당적도 없고, 출마도 거론한 적이 없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당에선 입당 및 출마를 기대하고 있다. 그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에 이어 지지율 3위를 달리고 있다.

17일 한국갤럽 열노조사에서 문 전 대표(33%), 안 지사(22%)에 이어 황대행은 지지율 9%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 공동 3위에 올랐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15%의 지지율을 넘긴 것에 비해 하락했지만 여권 후보 가운데 평균 두 자릿수 지지율을 받는 유일한 후보다.
자유한국당 지지층 가운데선 황 대행은 과반인 53%의 지지율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출마 여부에 대해 묵묵부답하고 있지만 행보는 대선주자급이다. 대행 취임 후 2달 남짓 기간동안 180개에 달하는 공개 일정을 소화했다. 황 대행이 직접 운용하는 페이스북도 눈길을 끈다.16일엔 “규제혁신은 신산업에 청량제입니다. 여러분도 관심을 가져주세요”라는 8줄의 문장을, 15일엔 “북한 도발 잘 대비하겠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황 대행의 페이스북 친구는 현재 4만4252명이다. 황 대행은 글 말미에 웃음을 뜻하는 ‘^^’ 표시를 달고 있다.

당 관계자는 “두 차례 대정부 질문에서 공격적인 질의에 차분하게 대응하는 모습에 의원들이나 국민들이 좋은 인상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황 대행 측 관계자는 “총리직을 1년 8개월 수행하면서 국정운영에 자신감을 갖고 계신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인용될 경우 대선 관리와 국정 수습 등 황 대행의 역할이 막중하다는 점에서 대선 후보 출마에 반대하는 의견이 적지 않다.

 현재 공식적으로 출마 선언을 한 사람은 이인제 전 최고위원과 원유철 의원, 김진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 등 3명이다. 인천시장을 지낸 안상수 의원은 지난 6일 ‘일자리대통령’ 출판기념회를 통해 사실상 출마 선언을 했다.

 김관용 경북지사와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본지 기자와의 통화에서 “출마 선언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관용 지사는 지난 14일 자신의 팬클럽 성격의 용(龍)포럼을 발족했고 16일엔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배치를 둘러싼 국론분열은 안 된다”며 정쟁(政爭) 중단을 호소하는 등 대선판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김문수 전 지사는 태극기 집회에 참석해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태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등 출마 명분을 쌓고 있다.

조경태 의원은 당내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당의 한 재선 의원은 “조 의원이 여러 의원들을 찾아 ‘잘 부탁한다’고 얘기하더라”고 전했다. 정우택 원내대표의 출마 여부는 유동적이다. 주변에선 출마 가능성이 나오지만 본인은 “개헌이 가장 중요하다. 당이 먼저”라며 말을 아끼고 있다.

박성훈 기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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