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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료로 영화 지원? 요금 인상 불 보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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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극장들 "문예진흥기금도 폐지한 마당에 … "

◆ 영화요금 5%로 2000억 조성?=문화부는 총 4000억의 신설기금 가운데 절반을 영화관입장료에서 충당하겠다고 밝혔다. 2004년 현재 영화관입장료 매출액은 8498억원이다. 5%면 425억원, 5년이면 얼추 2000억원이란 계산이다.

극장들은 유사한 성격의 문예진흥기금이 위헌결정으로 2004년부터 폐지된 마당에 새로운 기금조성은 당연히 입장료 인상요인이라고 주장한다. 또 현행 50%씩으로 돼있는 한국영화 입장료 배분비율(부율)을 정부가 나서서 외화와 같이 제작배급사 60%, 극장 40%로 바꾸겠다는 데도 반발하고 있다. 서울시극장협회 관계자는 "작은 극장들은 가뜩이나 카드할인 문제 등으로 영업이 어렵다"면서 "쿼터 축소의 부담이 결국 관람객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 멀티플렉스 체인 관계자는 "극장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마당에 이익도 아닌 매출의 5%를 떼가는 것은 치명적"이라면서 "기금도 내고 부율까지 내리라면 극장사업을 하지 말라는 얘기"라고 주장했다.

전용관 100개 짓는다고 예술영화 늘까

◆ 예술영화전용관 100개?=문화부는 이렇게 조성된 기금의 일부로 현재 10여개인 예술영화전용관을 100개까지 늘려 독립.예술영화 유통망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영화시장의 다양성을 확보하겠다는 정책이지만, 영화인들은 의문을 제기한다.

현재 운영중인 예술영화전용관 관계자는 "실현가능성이 없다. 극장만 100개 짓는다고 거기 상영할 예술영화가 충분히 공급되겠냐"고 반문했다.

정책의 수혜자가 될 독립영화 관계자도 "이미 영화진흥위원회에서 논의하던 사항을 끌어다가 쿼터 축소에 대한 회유책으로 쓰려는 게 불쾌하다"고 말했다.

그는 "논의돼온 영진위 구상은 2010년까지 각 지역의 구민회관.시민회관 등 100곳을 독립영화 상영공간으로 확보하려던 계획"이라면서 "기존상영관이 아니어도 대중과 만날 경로를 넓히는 것이 독립영화에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상명대 조희문 교수(영화학부)는 "독립영화에 대한 직접 지원은 자칫 독립영화의 생명인 '헝그리 정신'을 죽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상영관 확보 못하면 큰돈 지원도 무의미

◆ 4000억원 효과?=이처럼 영화인들의 비판은 쿼터축소가 배급.유통 차원의 문제인 반면, 기금신설을 골자로 한 정부대책은 이를 전혀 보완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 모아진다.

스크린쿼터문화연대의 양기환 사무처장은 "불난 집에 기름 붓는 격"이라며 "4000억 아니라 4조원을 투입해도 한국영화의 유통배급망을 확보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 김형준 회장은 "4000억원이라고 해도 영화'킹콩'두 편도 못만드는 비용"이라면서 "정책으로 풀어야 하는 부분을 돈으로 메울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김대중 정부 시절 지원금이 큰 힘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부작용도 많았다"고 덧붙였다.

영화계에는 한국영화 투자시장이 활성화된 현재의 4000억원이 김대중 정부 시절의 1500억원보다 규모는 커도, 효과는 그다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남.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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