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전선, 이승엽 "非常"…심정수 "飛上"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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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27.삼성.(左))대 심정수(28.현대.(右)).

또 홈런 이야기다. 올 시즌 프로야구의 단골 레퍼토리다. 그동안 이승엽이 '토끼'처럼 앞서 달리고, 심정수는 '거북이'인양 뒤쫓는 줄거리였다. 지난해에도 그랬다. 그래서 사람들은 '토끼와 거북이'의 야구판 버전은 결말이 정해졌다고 생각했다. 꾀많은 이승엽이 우화 속의 토끼처럼 자만에 빠져 낮잠을 잘 것으로 누구도 생각지 않았다.

그러나-.

갑자기 스토리가 달라졌다. '거북이'가 '토끼'로 변신한 것이다. 심정수는 9일 대전 한화전에서 하루에 홈런 세방을 터뜨렸다. 시즌 39호. 이승엽과의 홈런 격차는 두 개차로 좁혀졌다. 반면 이승엽은 같은 날 대구 LG전에서 홈런은 고사하고 상대팀 선수와 주먹다짐까지 해 퇴장당했다. 언제나 재방송 같던 둘의 홈런 레이스가 이제 갓 구워낸 피자처럼 따끈따근해졌다.

심정수의 최근 타격 페이스는 놀랍다. 홈런뿐 아니라 타격 부문 '트리플 크라운(타율.홈런.타점 동시 1위)'까지 노리고 있다. 심정수는 9일 한화전에서 만루홈런 등 8타점을 뽑아 한 경기 최다 타점 타이기록을 세우며 시즌 1백6타점으로 이승엽(1백타점)을 제치고 선두에 올랐다.

타율도 0.352로 선두 이진영(SK, 0.355)에게 근소하게 뒤진 2위다. 득점.장타율.출루율은 이미 1위다. 타자로서 꿈의 기록이라는 '트리플 크라운'은 1984년 이만수(삼성)가 유일하게 기록했고, 메이저리그에서도 14번밖에 나오지 않았다.

이승엽의 퇴장은 데뷔 후 처음이다. 이승엽은 12-4로 크게 앞선 9회초 LG 공격 때 삼성 투수 라형진과 LG 타자 장재중 사이에 빈볼 시비가 붙자 어수선한 상황에서 LG 측에서 앞장을 선 서승화와 몸싸움 끝에 주먹을 주고받았다. 경기 후 이승엽은 "방어할 목적으로 나갔으나 후배가 반말을 해 순간적으로 화가 치밀었다.

여러 사정이 있지만 팬들 앞에 나쁜 모습을 보여드려 정말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승엽은 11일 예정된 한국야구위원회(KBO) 상벌위원회에서 2~5경기 출장정지가 예상된다. 심정수보다 5경기가 더 남았던 이점도 잃게 됐다. 8월 들어 홈런이 없는 이승엽으로서는 '쫓기는 자'의 부담만 더 커지게 됐다.

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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