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단체, 경찰청 찾아 '폭력시위' 사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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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농민연대 문경식 의장(오른쪽)이 26일 설을 앞두고 전·의경들에게 떡을 전달하기 위해 서울 경찰청 기동단을 방문했다가 전·의경 인터넷 카페 지기인 조완휘씨에게서 항의를 받고 있다. 최정동 기자

농민단체 관계자들이 26일 오후 서울 신당동 서울경찰청 기동단을 찾았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15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쌀개방 반대시위에 참가했던 전국농민연대(전농) 등 소속이다. 설을 앞두고 전.의경 대원들에게 떡을 돌리면서 사과와 화해의 뜻을 전달하는 자리였다. 윤종기 제1기동대장은 농민단체 관계자들을 맞으면서 "처음엔 놀리러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며 '뼈있는' 인사말을 건넸다.

그러나 회의실로 자리를 옮겨 대화를 나누면서 점차 분위기는 누그러졌다. 문경식 전농 의장은 "이번 일을 계기로 평화시위가 정착됐으면 좋겠다. 반성하고 있고, 다른 농민들도 그렇게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농민단체들이 논의해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 이런 시위가 더 이상 지지받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 대장도 "그런 말을 들으니 마음이 풀린다"며 "많은 대원이 농촌 출신이며 농민들이 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 잘 안다"고 답했다.

그러나 회의를 참관하던 전.의경 인터넷 모임의 조완휘 회장은 "방문 의도를 알 수 없다. 사과성명을 먼저 발표한 뒤 방문하는 것이 도리"라며 불만을 표시했다. 조 회장은 "농민 시위 때 다수의 전.의경이 부상했는데 왜 제대로 사과하지 않느냐"고 반발했다.

전농 관계자들은 "농민들도 법의 처벌을 달게 받고 책임질 부분은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전국농민단체협의회 농민들은 25일 서울 가락동 경찰병원을 찾아 시위 도중 다친 전.의경에게 농산물을 선물하면서 위로했다.

김호정 기자<wisehj@joongang.co.kr>
사진=최정동 기자 <choij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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