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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웹크라시'… 미국서도 정보검색 명단 법무부 제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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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티베트 학생회 회원 20여 명이25일 미국 캘리포니아 구글 본사 앞에서 중국 정부의 인터넷 검색엔진 검열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에 항의하고 있다. [마운틴뷰 AP=연합뉴스]

세계 최대 인터넷 검색업체인 구글이 거대한 중국 시장을 얻기 위해 중국 정부의 인터넷 검열에 무릎을 꿇은 사건을 계기로 네티즌의 권리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개인의 정보 취득권과 프라이버시 보장과 관련, 각국 정부는 체제 안보와 공공 이익을 내세워 제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지만 정보 소비자인 네티즌들은 이를 무엇보다 우선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진보네트워크센터의 김정우 간사는 "인터넷 검색업체들이 특정 국가의 검열 요구 등에 협력하는 바람에 세계인권선언이 규정한 표현의 자유가 심각하게 침해되고 있다"고 말했다.

◆ 검열당하는 인터넷=인터넷에 대한 정부의 과도한 통제가 자주 도마에 오르는 곳은 중국이다. 중국은 인터넷이 공산당의 일당독재 체제를 위협할까봐 우려한다. 이에 따라 미디어 정책을 총괄하는 공산당 선전부는 세계 유수의 인터넷 검색업체가 중국 시장 진출 허가를 신청하면 방화장성(防火長城)이라는 검열 시스템을 반드시 설치하도록 요구한다. 이를 설치하면 '대만 독립' '파룬궁' '민주' 등 공산당 일당 지배를 위협할 수 있는 특정 단어의 검색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으며 불온한 것으로 지목한 홈페이지가 열리지 않게 할 수도 있다. 구글은 이러한 중국의 요구를 수용한 대가로 조만간 중국어판 인터넷 사이트를 열 수 있게 됐다. 중국 시장은 최근 인터넷 이용 인구가 1억 명을 넘으며 급팽창하고 있다.

앞서 중국 시장에 진출한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MS)도 MSN 중국판을 내면서 민주.자유 등 특정 단어에 대한 검색을 할 수 없게 차단했다.

인터넷 검열과 '웹크라시(web+democracy)' 침해는 민주주의가 활짝 핀 미국도 예외가 아니다. 미 법무부는 지난해 8월 구글.야후.MSN.AOL 등 주요 검색업체에 "특정 단어에 대한 정보 검색을 한 모든 네티즌의 인터넷 주소와 특정 시점의 검색 기록을 제출해 달라"고 요구했다. 1998년 위헌 가능성이 있다는 판결에 따라 펜실베이니아주 연방법원에 계류 중인 '온라인 아동보호법'을 공익을 위해 다시 시행하려면 해당 인터넷 기록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구글을 뺀 나머지 업체는 이를 수용했다.

◆ 네티즌의 권리 침해=중국 정부의 검열 요구에 백기를 든 구글의 행위에 대해 비판 여론이 쏟아지고 있다. 국경없는기자회는 '자기 검열에 나선 중국어판 구글'이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구글이 언론 자유의 원칙을 훼손해 중국의 언론 자유에도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다"고 비판했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는 "앞으로 다른 외국 기업이 중국 인터넷 시장에 진출할 때도 나쁜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글 측은 "어느 시장이든 지역 사정에 순응하도록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기업의 이익을 위해 소비자인 네티즌의 권리를 외면했다는 시각이 많다.경희사이버대학의 민경배 교수는 "정보에는 국경이 없어야 하는데 국가와 인터넷 기업이 사이버 검문소를 만들어 정보 소통을 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세정.강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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