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글로컬] 안전한 학교급식은 어른들의 공동책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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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욱 내셔널부 기자

위성욱
내셔널부 기자

학교급식을 둘러싼 비리가 악취를 풍기고 있다. 지난해 9월 중순 경남 통영의 한 초등학교. 학생 540여 명에게 ‘농약 범벅 시금치’를 먹인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이 시금치는 포장지에 ‘나주산 친환경농산물’이라고 적혀 있었다. 급식 담당자들은 아무런 의심 없이 시금치로 반찬을 만들었다. 그러나 10여 일 뒤 부산동의과학대학교에 의뢰한 잔류농약 검사 결과를 받은 학교 관계자들은 깜짝 놀랐다. 이 시금치는 나주산도 아니었고 잔류 농약 검사에서 기준치(kg당 0.05㎎)보다 8배나 많은 0.41㎎의 농약이 검출됐기 때문이다. 이런 경악할 사실은 경남도가 지난해 12월 12일부터 지난달 20일까지 도내 학교 739곳 가운데 110곳(초 60곳, 중 19곳, 고교 31곳)을 선정해 2016년 학교 급식에 대한 감사를 하면서 드러났다. <본지 2월 14일자 12면>

학교급식 저질 식재료 납품 문제는 사실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도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납품계약 단계에서부터 정직하지 못한 업체가 선정되는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지적한다. 이빈파 ‘친환경급식 전국네트워크’ 대표는 “입찰 단계에서 위장업체를 동원하거나 담합으로 법을 어긴 업체들은 품질 낮은 식자재를 공급하거나 가격을 속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번 감사에서 88개 학교에서 2306건(관련예산 326억원)의 불법 행위가 적발됐다. 입찰담합과 위장업체 참가 사례가 2301건(315억원)이나 돼 그동안 제기된 우려를 뒷받침하고 있다.

문제가 드러났는데 경남교육청과 경남도는 그동안 ‘네탓공방’만 했다. 도교육청은 “급식업체 신고를 지자체에 하니 지자체가 업체를 지도·감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경남도는 “지자체는 급식 구매 계약에 관여하지 않기 때문에 업체 관리·감독 권한도 없다”고 반박했다. 결국 도교육청이 “급식 업체 선정 방법과 식자재 검수 과정을 대폭 개선하겠다”는 후속 대책을 내놓으면서 양측의 논란은 일단 봉합됐다.

하지만 숙제는 여전히 남았다. 도교육청의 항변처럼 학교를 부패집단으로 매도하는 것만으로는 문제가 해결이 되지 않는다. 전국 최초로 시작된 경남도의 학교급식 감사가 해마다 계속될 텐데 구조적이고 고질적인 병폐를 개선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경남도와 도교육청이 지금부터라도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

우리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 학교에서 좋은 먹거리를 제공하는 것은 모든 어른들의 공동 책임이기 때문이다.

위성욱 내셔널부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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