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랑미술제를 보고…오광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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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두 번째를 맞는 화랑협회미술전은 효율적인 구매촉진이란 경영적 측면에 앞서 다양한 볼거리의 제공이란 점에서 흥미와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 같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화랑(화랑협회소속)들이 한자리에 모임으로써 여러 화랑들의 특징을 비교해보고 그들이 출품하고 있는 작품들을 통해 각기의 성격을 가늠해 보는 것은 즐거움이자 수확이기도 하다.
어느덧 우리 화랑들도 꽤 성숙했구나 하는 느낌을 받으면서 역설적으로 우리 화랑들이 지니고 있는 문제점들이 무엇인가를 엿보게 하는 기회도 마련해 준 것이 이 전시의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먼저 성숙된 일면을 지적한다면 각 화랑들이 저마다 성격을 만들어 가려는 노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대가나 인기작가의 작품을 소매상 하듯이 받아다 팔던 구멍가게 같은 시스팀과 인식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이에 상대적으로 자기 화랑의 단골 미술가를 찾으려는 노력이 눈에 띄는 성숙의 일면이라고 하겠다.
아직 작가와 화랑이 계약제에 의해 구조화되어있지는 않으나 이같은 노력은 그 전단계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전년에 비해 현저하게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 대세를 이루고 있음도 전체의 분위기를 신선하고 활기차게 해준다.
적지 않은 추상미술의 등장도 앞으로의 미술시장의 향방 같은 것을 어느 정도 점칠 수 있게 한다.
그러나 일부 화랑들이 일시적 전시를 위해 작가들을 빌어오고(?) 있는 사례는 화랑협회전의 의도에 걸맞지 않다. 자신들이 평소에 취급하고있는 것을 솔직하게 들고 나오는 것이 화랑전의 본래 모습이다.
그리고 국제적인 아트페어가 그렇듯 이런 행사가 실질적인 구매촉진의 호기로 활용돼야 한다는 취지를 인식할 필요가 있다.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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