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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영화제 강수연 여우주연상|『씨받이』서… 한국영화 68년의 쾌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영화배우 강수연양 (21)이 9일 폐막된 제44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영화『씨받이』 (임권택 감독)로 최우수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우리나라 배우가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국제영화제에서 주연상을 받은 것은 한국영화 68년사상 처음있는 일이다. 베니스영화제는 칸· 베를린과 함께 세계3대 영화제의 하나로 손꼽히는 가장 익사가 오랜 (32년 창설) 영화제다.
특히 동양권의 여배우가 이 영화제에서 주연상을 받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남배우로는 일본의 「미후네·도시로」가 지난65년 『빨간수염』으로 남우주연상을 받은바 있다.
우리 영화는 지난81년 이두련 감독의 『피막』이 이 영화제에서 특별상을 받으면서 서서히 주목을 받기 시작했었다.
이번 강양의 수상에 따라 『씨받이』를 제작한 신한영화사 (대표 정도환)는 5천만원을, 강양은 1천만원의 보상금을 영화진흥공사로부터 받게 된다.
한국시간으로 10일상오3시에 거행된 시상식에는 강양이 참석하지 못해 대신 평화진흥공사의 장정목 업무과차장이 대리수상했다. 임 감독도 이 영화제에 참석했었으나 11일부터 일본서 열리는 「임권택 영화주간」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8일 앞서서 귀국했다.
10일새벽 수상소식을 전해들은 강양은 『뜻밖에 큰상을 받게 되니 너무너무 기쁘고 얼떨떨하다』고 말하고 『임 감독님과 함께 고생한 스태프진들에게 감사드린다』며 감격해했다.
강양은 『「씨받이」에서 연기에 혼신의 힘을 다했을 뿐』이라고 말하고 『1년동안이나 계속된 촬영 때문에 정말 힘들고 어려웠었다』고 털어놨다.
그녀는 또 『나이어린 처녀로서 특히 분만장면을 해내기가 무척 어려웠었다』며 『실감있는 연기를 하기위해 비디오를 구해다 보면서 나름대로 연구하기도 했었다』고 얼굴을 붉혔다.
강양은 『씨받이』가 호평을 받은데 대해 『인간이면 누구나 핏줄에 가장 큰 관심을 가질 것이며 세계의 영화인들도 이에 대해 공감을 표시한 것 같다』고 나름대로 풀이하기도 했다.
영화 『씨받이』는 조선조를 배경으로 양반집 씨받이로 팔려간 한 나이어린 산골소녀의 비극적 운명을 그렸다.
임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봉건시대의 폐습을 비판했다. 이 영화는 지난해 대종상에서 촬영·조명상을 받았었다.
강양의 수상소식을 전해들은 임 감독은 『강양은 천부적 소질과 깊이 있는 매력을 지닌데다 연기에 대한 집념이 남달리 강하다』고 평가했다.
강양은 10세때 이혁수 감독의 『핏줄』이란 영화로 데뷔, 아역· 청소년배우로 30여편의 영화와 1백여편의 TV드라머에 출연해왔다.
서울의 동명녀고를 졸업하면서 성인배우로 나서 『W의 비극』 『고래사냥Ⅱ』 등에 출연해왔으며 최근 상영중인 『미미와 철수의 청춘스케치』는 올들어 개봉된 한국영화중 가장 많은 관객을 모으고 있다. 현재 이혁수 감독의 『연산군』 변장호 감독의 『감자』등에 출연중이다.
강양은 아직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청순미와 관능미를 함께 갖춰 여러 역으로 얼마든지 변신할 수 있는 큰 재목으로 손꼽혀왔다.
사업을 하는 강기병씨(52)의 2남2녀중 장녀.
한편 영에의 작품상인 황금사자상은 프랑스감독 「루이·말」의 『아이들아 안녕』(An Revoir Les Enfants)이 수상했으며 남우주연상은 『모리스』에서 열연한 「제임즈·욀비」와 「휴·그란트」가 공동수상했다.<이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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