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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칼럼] 위성방송 전략 필요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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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인도에선 7백만 가구에서 아리랑TV가 나온다. NHK는 없다. 모스크바에서도 24시간 나온다. NHK는 세시간이다.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서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아리랑TV를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다. 중국은 동북3성에서부터 광둥(廣東)성에 이르기까지 전역에서 인터넷을 통해 가요 신청이 들어오고 있다.

지구촌 어디에서나 우리 방송을 접할 수 있는 시대가 됐으니 참으로 놀라운 세상의 변화가 아닐 수 없다. 한국 문화는 중국의 아류요, 경제는 일본의 아류라고 생각하는 세계인들에게 "그게 아니네"하는 감탄과 함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해외위성방송은 그래서 더욱 값지다. '한류'바람, 월드컵 4강 신화, 붉은 악마와 춧불시위를 보면서 세계가 새로운 눈으로 우리를 보고 있다.

그런데 아리랑TV를 조금만 주의깊게 들여다 보면 이런 방송으로 어떻게 그 많은 나라의 수신 가구를 확보했는지 신통하기까지 하다. 철 지난 프로에 하루 본방이 겨우 서너시간, 몇년 전 방송했던 프로를 재탕삼탕한다.

마케팅 비용이 부족해 해외광고는커녕 출장조차 제대로 가지 못하고, 제작비가 충분치 못해 제대로 된 프로그램을 만들 엄두도 못 내는 게 현실이다. 명색이 경제규모 11대 대국이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이며, G10 대열을 지향하고 동북아 경제 중심을 추구하는 대한민국 대표 방송의 자화상이 서글프다.

발상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한국 문화의 세계화'를 통한 국가 브랜드 이미지 제고! 문화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의 일대 전환! 전쟁과 분단, 독재, 싸구려 제품, 중국의 변방, 일본 경제의 복사판은 더 이상 우리의 얼굴이 아니다.

한국 문화의 독창성, 우수성, 평화 지향성, 역동성을 해외위성방송을 통해 마음껏 보여줘야 한다. 하드웨어적 허브만으로는 결코 동북아, 나아가 세계의 중심이 될 수 없다. 대외방송의 강화와 전략적 운용은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김현식 아리랑TV 경영전략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