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시인들 작품 평가작업 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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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출판사·문예지 등서 시집발간·특집
80년대 후반기에 접어들면서 20대 시인들이 시단의 새로운 주축·세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흔히 「시의 시대」로 불렸던, 80년대 초반이후 신춘문예·문예지에서부터 무크지·동인지까지 각종 매체를 통해 수백명의 신인들이 대거 등장, 이른바 「소재능의 군웅할거시대」를 이루어왔다. ·
그러나 최근 들어와 권위 있는 출판사·문예지 등에 의한 역량 있는 신인들의 시집발간·특집등 그동안 주목하지 않았던 이들에 대한 평가작업을 단행함으로써 90년대를 이끌어갈 시인군이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최근 발간된 20대시인들의 시집들로는 구광본(22)의 『강』, 장정일(24)의 『햄버거에 대한 명상』, 김영승(28)의 『반성』, 김용락(27)의 『푸른별』, 윤승천(29)의 『안읽히는 시를 위하여』, 고운기(26)의 『밀물드는 가을 저녁 무렵』, 오태환(29) 의 『북한산』등 10여권에 이르며 이승하(27)·윤성근(27)등의 시집도 곧 간행될 예정이다.
또 월간 『문학사상』(9월호) 은 평론가 14명이 선정한 20대시인 10명의 작품으로 특집을 꾸몄는데 구광본 기형도 김영승 안도현 오태환 윤성근 이상희 이승하 장정일 조원규등이 각기 독특한 시 세계를 열쳐 문단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이들 20대 시인들은 독자적인 문학이념을 집단적으로 선언하면서 당면한 정치·사회현상을 어떤 형태로든 작품에 투영했던 황지우·김정환 등 앞세대와는 달리 대체적으로 「밀폐된 사회공간」및 「사회와 연관된 개인의식」을 개별적 작업에 의해 형상화하고 있다.
22살의 나이로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해 화제를 모은 구광본은 시집 『강』을 통해 일상적이면서도 개인적인 언어로 자신과 시대의 체험을 편안하게 서술하고 있으며, 시집 『반성』을 선보인 김영승은 제도·이념 등을 포함한 삶, 그 자체를 문명비판의 차원에서 신랄하게 비꼬고 있다.
장정일의 시집 『햄버거에 대한 명상』은 도시적 품경과 도시적 감수성의 시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김용락의 『푸른별』은 가난하고 억눌린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조명되고 있다.
『이상한 바다』를 발간한 바있는 조원규는 자유로운 언어의 세계를 보이고 있고, 『러시아워』등 최근에 발표한 시편들을 통해 윤성근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한 우리시대의 풍속도를 묘사하고 있다.
또 현대인의 의식을 집요하게 추적하고있는 기형도는 『장미빛인생』 등을 통해 삶에 대한 법칙을 다각도로 탐색하고 있으며, 올해들어 작품활동을 시작한 이상희는 『열어주세요 묻어주세요』 등의 시를 통해 인간의 존재·운명 등을 처절한 아름다움으로 형상화시키고 있다.
『세상읽기』 동인으로 두각을 나타내는 이승하·오태환·원재길·윤승천등은 각기 다른 작품세계를 보이고 있지만 대체적으로 먼 역사속에서 오늘의 우리 주변쪽으로 시 배경을 옮겨와 친밀감을 더해 주고 있으며, 『시힘』 동인으로 참여의식이 강한 안도현·김경미·고운기등은 분단과 통일의 문제를 작품성 높게 전개시키고 있다.
20대 시인들로 특집을 꾸민 『문학사상』 주간인 정현기씨(문학평론가)는 80년대 초반과 다른 이들의 작품세계에 대해 ▲ 내용주의와 미학주의 양극단에서의 자유로움 ▲ 집단적 목소리에서 개별적 목소리로의 전환 등을 주요특징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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