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식 경찰청 차장 검찰소환 앞두고 갑자기 명퇴 신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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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최광식(사진) 경찰청 차장이 25일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날 "최 차장이 명예퇴직 신청서를 인사과에 제출해 행정자치부로 전달됐다"며 "최 차장의 명예퇴직 신청이 받아들여질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 차장은 '브로커 윤상림 사건'관련 설 이후 검찰의 소환을 앞두고 있다. 현행 공무원 인사규정에 따르면 검찰의 수사나 내사를 받고 있을 경우 명예퇴직 대상자에서 제외된다.

최 차장은 명예퇴직 결정의 배경을 직접 설명하지 않았다. 그는 외부와의 접촉을 끊은 상태다. 경찰 내부에선 최 차장이 사실상 현직 치안총수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명예퇴직을 선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최 청장이 최근 '(검찰의 수사에 대해) 가만히 있으면 개인과 조직의 명예가 짓밟히고, 떳떳하다고 밝히면 검.경 간 갈등으로 비친다'며 무척 괴로워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30년 경찰 생활을 명예롭게 끝낸 뒤 자연인 신분으로 검찰에 맞서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해석했다. 검찰 측은 "(검찰이) 구체적인 혐의를 갖고 최 차장을 압박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최 차장은 23일 윤상림 사건 수사와 관련한 입장을 밝히는 자리에서 "사퇴를 생각했지만 경찰조직의 혼란과 동요가 있을 수 있고, '경찰 흠집 내기'에 이용당할 수 있어 온갖 수모를 참아왔다"고 주장했다.

한편 정부는 최 차장의 명예퇴직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는 대신 직위해제와 대기발령 조치를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경찰청장 후보자인 이택순 경기경찰청 청장이 경찰청장 직무대행을 맡는 수순을 밟게 된다. 이 후보자는 이르면 26일 경찰청으로 사무실을 옮겨 국회의 인사 청문회를 준비하고 동요하고 있는 경찰조직을 추스르게 된다.

하지만 최근 여.야의 대치 상황으로 국회가 공전하고 있어 청문회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인사권자인 대통령은 인사 청문회법이 정한 기한인 다음달 10일까지 청문회가 열리지 않으면 곧바로 경찰청장을 임명할 수 있다.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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