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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아베엔 안보동맹 선물 … 중국엔 환율전쟁 경고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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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미·일 정상회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함께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함께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트위터에 방미 중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플로리다의 골프장에서 손바닥을 마주치는 ‘하이 파이브’ 사진을 올렸다. 아베 총리 내외를 놓고 “멋진 부부(wonderful couple)”라는 글도 별도로 올렸다. 전날 백악관에서 아베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졌던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플로리다에 있는 자신의 마라라고 리조트로 에어포스 원을 함께 타고 날아가 골프와 식사로 아베 총리를 대접했다.

“일본, 미·일동맹서 더 큰 역할할 것”
중국·북한 견제, 재무장 묵인 암시
공정한 무역 강조, 경제엔 청구서
중국엔 “환율, 평평한 운동장 돼야”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은 함께 일할 수 있다고 느끼는 지도자와는 개인적인 친목을 도모하기 위해 기꺼이 시간을 투자하려 한다”고 평했다. 아베 총리로선 1957년 외조부였던 기시 노부스케 총리가 미국을 찾아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과 함께 했던 골프 외교를 60년 만에 재현하는 성과를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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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 정상이 다진 친밀감은 앞으로 트럼프 정부에서 미·일이 밀월 관계를 유지할 토대를 만들었다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정상회담 공동선언문에서 “핵과 재래식 무기 등 모든 군사력을 동원해 일본을 방어하는 미국의 방위공약은 흔들림이 없다”고 알렸다. 대선 기간 중 일본의 안보무임승차를 비난했던 것과 180도 다르다.

10일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악수를 나눈 뒤 익살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아베 총리. 트럼프 대통령이 손을 꽉 붙잡은 채 18초 넘게 놓지 않자 아베 총리는 어색한 표정이 역력했다. [CNN 캡처]

10일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악수를 나눈 뒤 익살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아베 총리. 트럼프 대통령이 손을 꽉 붙잡은 채 18초 넘게 놓지 않자 아베 총리는 어색한 표정이 역력했다. [CNN 캡처]

미·일의 결속이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은 복합적이다. 북한 견제라는 측면에선 안도감을 안겨준다. 안보동맹으로서 일본의 중요성에 대한 트럼프의 평가가 한국에 유사하게 적용될 가능성도 있다. 한국과 일본은 아태 지역에서 미국의 군사적 우위를 지켜주며 중국의 팽창을 막는 공통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핵우산 제공과 방위비 분담금 요구 등의 기준이 한·일 간에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그러나 정상회담 공동선언문의 “일본은 미·일 동맹에서 더 큰 역할을 맡을 것”이라는 문구 등은 아태 지역에서 미국의 경찰 역할을 일본이 대신하고 트럼프 정부는 이를 위한 재무장을 묵인하는 방향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엔 상당히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통상 분야에서 대일 청구서를 분명히 했다. 그는 “경제 분야에서 우리는 자유롭고 공정하며 호혜적으로 양국 모두에 이익이 되는 통상 관계를 추진하겠다”고 단언했다. 강조점은 ‘공정한 무역’에 있다. 아사히 신문은 “협의가 시작되면 미국은 (수용하기) 어려운 요구를 내놓을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경제산업성 관료의 전망을 보도했다.

트럼프는 또 중국의 환율조작 논란을 거론하며 ‘평평한 운동장’을 천명했다. 그는 “통화 평가절하에 관한 한 내가 계속 불만을 표시해 왔는데 우리는 결국 평평한 운동장에 있게 될 것”이라며 “많은 사람이 알고 있거나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빨리 그렇게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는 중국을 상대로 조기 환율 전쟁을 예고한 것이나 다름없어 한국도 그 여파를 긴장해야 할 상황이다.

도쿄·워싱턴=오영환·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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