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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버 스톤 “민감한 정치 이슈라 배우 여러 명이 캐스팅 거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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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에드워드 스노든(33). CIA(미국중앙정보국)와 NSA(미국국가안보국)에서 컴퓨터 기술자로 일했던 그는 2013년 국가 기밀을 폭로해 전 세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미국 정부가 개인 정보를 무차별 수집해 왔다는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이렇듯 민감한 소재와 문제적 인물을 ‘스노든’(9일 개봉)에 담아낸 이는 올리버 스톤(70) 감독. 할리우드에서 가장 과감하게 사회적 메시지를 발언해 온 영화인이다. 조셉 고든 레빗(35)은 스노든에 빙의된 듯 무표정한 얼굴, 웅얼대는 듯한 저음의 목소리로 현실감 넘치는 연기를 선보였다. 두 사람을 LA에서 함께 만났다.

최근 개봉 ‘스노든’ 감독·주연 인터뷰
사회에 비판적 시선 가진 영화들
할리우드서도 투자 받기 어려워

스노든 역할 연기한 조셉 고든 레빗
“유튜브로 자료 찾아보며 연기 준비”

◆ 올리버 스톤 감독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사회파 감독인 올리버 스톤. [사진 리틀빅픽처스]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사회파 감독인 올리버 스톤. [사진 리틀빅픽처스]

스노든과는 어떻게 접촉했나.
“스노든 변호사의 주선으로 2014년 1월 러시아에 임시 망명한 스노든을 모스크바에서 처음 만났다. 종결되지 않은 사건이라 망설였다. 그와 10차례 이상 만나 사건의 이면에 대해 샅샅이 조사하며 사건에 접근했다.”
영화화에 어려움이 있었을 텐데.
“메이저 스튜디오들이 제작 투자 요청을 모조리 거절했다. 외압이라기보다 내부의 자기 검열 때문일 것이다. 배우들 중에도 캐스팅을 고사한 이들이 굉장히 많다. 스타인 조셉 고든 레빗이 투자도 제대로 못 받던 영화에 출연을 결심해 준 게 고마울 뿐이다. 그가 스노든 역에 완벽하다고 믿었다.”
정치적 이슈를 다룰 때의 기준은.
“난 판단을 관객에게 맡기는 편이다. 정치적 이슈를 다루다 보면 종종 호된 비판을 받기도 하고, 가끔은 나 자신도 혼란스럽다. 내가 알고 있는 게 진실인지 의문이 들 때도 있고. 내가 원하는 것은, 여러 사람들과 이 문제에 대해 터놓고 토론하는 것이다.”
할리우드에서 그런 소신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어려울 것 같은데.
“할리우드에서 사회 비판적 시선을 가진 영화들은 투자받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더 이상 ‘시리아나’(2005, 스티븐 개건 감독) 같은 영화는 나오기 어렵다. 많은 미국인이 다른 나라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관심조차 가지지 않으려 하고, 거울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직시하는 것마저 피하려 한다. 이러다가는 모두 시궁창으로 빠지고 말 것이다. 절망적인 상황이다.”

◆ 조셉 고든 레빗(스노든 역)

주연 배우 조셉 고든 레빗. [사진 리틀빅픽처스]

주연 배우 조셉 고든 레빗. [사진 리틀빅픽처스]

출연 제안을 받은 소감은.
“올리버 스톤 감독에게 제안받은 것만으로도 뛸 듯이 기뻤다. 하지만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가 스노든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게 없더라. 그가 왜, 무슨 일을 했는지 알기 위해 엄청난 공부를 해야 했다. 유튜브에서 모든 자료를 찾아봤다. 다큐멘터리 ‘시티즌포’(2015, 로라 포이트러스 감독)에서 스노든이 나오는 장면의 오디오만 따서 아침에 눈 떠서 잠들 때까지 들으며 연기를 준비했다.”
스노든에 대해 공부하면서 느낀 바가 있다면.
“인터넷 등을 통해 중대 사안에 대해 정보를 얻는 현대인의 방식이 너무 피상적이란 사실을 깨달았다. 사안들은 점점 복잡해지는 반면, 사람들은 점점 핵심에서 멀어지고 있다. 인터넷 의 막대한 정보도 남의 의견을 대충 발췌한, 지나치게 단순화된 정보 아닌가. 사람들이 영화를 계기로 이런 문제를 깊이 있게 생각했으면 한다. 스노든이 영웅인가, 배신자인가 묻는데 그런 흑백 논리로 재단하기에 이 사안은 너무 복잡하다. 스노든의 진짜 공헌은, 그가 이러한 사실을 세상에 알려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이에 대해 토론하고 각자의 의견을 갖게 했다는 점이다.”
스톤 감독과 일한 소감은.
“그는 이런 소재로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유일한 감독일 것이다. 평단과 관객에게 인정받는 감독 중에서, ‘지금 이 상황은 내가 사랑하는 이 나라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 용기있게 외칠 사람이 몇이나 되겠나. 언젠가 그의 서재에 있는 방대한 책을 보고 굉장히 놀랐다. 대부분 역사에 관한 것이었다.”

LA=이경민 영화저널리스트 kyungminrachel7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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