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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체중·BMI 연연하지 말고 기초대사량 늘려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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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이든 여성이든 30대 이후로는 이른바 '나잇살'이 찌기 시작한다. '예전과 달리 조금만 먹어도 금방 살이 찐다' '팔다리는 가늘어지고 배만 볼록해진다' '체중은 그대로인데 사이즈만 늘어난다' '팔뚝·옆구리·엉덩이가 흘러내리듯 늘어진다' 등 증상도 다양하다. 나잇살은 몸매 관리뿐 아니라 건강에도 큰 적이다. 나이가 들어 자연스럽게 찌는 살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 위험할 수 있다. 각종 성인병의 출발점인 나잇살의 원인과 해결 방법을 알아봤다.

30대 이후 나잇살 원인·해결법

나잇살이 찌는 이유는 간단하다. 일반적으로 살이 찌는 이유와 다르지 않다. 필요 이상으로 많이 먹기 때문이다. ‘많이 먹은 것’이 문제가 아니라 ‘필요 이상으로 먹은 것’이 문제다. 나이가 들면 몸에서 필요로 하는 에너지는 줄어든다. 의학적으로는 기초대사량이 줄었다고 표현한다. 기초대사량은 20대를 정점으로 꾸준히 감소한다. 한국영양학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남성의 하루 평균 기초대사량은 20대 때 2600㎉에서 65세 이후 2000㎉까지 줄어든다. 여성은 2100㎉에서 1600㎉로 떨어진다. 20대 때와 비교하면 밥 두 공기는 덜 먹어야 나잇살이 찌지 않는다는 얘기다.

나이 들수록 몸이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쓰기 때문이라면 좋겠지만 기초대사량 감소는 근육량 감소가 원인이다. 근육이 줄어든 만큼 몸에서 필요로 하는 에너지도 줄어든다. 문제는 먹는 양이 거의 그대로라는 점이다. 당연히 남는 에너지가 생긴다. 사용되지 않은 에너지는 지방으로 바뀌어 몸에 축적된다. 같은 양을 먹어도 젊었을 때와 달리 살이 쉽게 찌는 이유다. 그래서 사람들은 다른 이유 없이 단순히 나이 때문에 찌는 살로 착각한다.

나잇살 찌는 시기·부위 남녀 달라

나잇살이 찌는 시기와 부위는 남녀가 조금 다르다. 축적되는 지방의 종류도 차이가 있다. 남성은 30대 이후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분비가 줄어든다. 근육량이 감소하기 시작한다. 동시에 지방은 늘어난다. 이때 쌓이는 지방은 내장지방이다. 주로 복부에 쌓인다. 근육과 지방은 시소 같은 관계다. 근육이 늘면 지방이 줄고 지방이 늘면 근육이 줄어든다. 몸무게는 예전과 같은데 배만 볼록해지는 이유다. 지방의 밀도는 근육의 60%다. 근육이 사라지는 대신 더 많은 지방이 쌓여 부피가 커진 것이다. 근육이 쪼그라들수록 기초대사량은 감소해 살이 더욱 쉽게 찌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팔다리가 가늘고 배만 볼록한 ‘거미형 체형’에 가까워진다.

여성은 기본적으로 체지방량이 남성보다 많다. 대부분 피하지방이다. 피하지방은 외부 충격과 추위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한다. 특히 여성은 임신과 수유에 대비해 몸 곳곳에 피하지방을 나눠 보관한다. 그중에서도 엉덩이와 허벅지에 집중적으로 저장된다. 그래서 초경 이후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왕성하게 분비되는 20~30대까지는 서양배(과일) 같은 체형의 비만이 많다. 여성호르몬이 줄기 시작하는 40대부터는 피하지방과 내장지방이 동시에 쌓인다. 팔뚝·옆구리살과 뱃살이 찌는 시기다. 폐경 이후엔 에스트로겐이 거의 분비되지 않는다. 뱃살이 급격히 찐다. 폐경 후 1년간 0.8kg이 자연적으로 찐다고 알려져 있다.

피하지방과 내장지방 가운데 건강에 더 해로운 건 내장지방이다. 나름의 역할이 있는 피하지방과 달리 아무 쓸모가 없다. 오히려 각종 성인병을 유발한다.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 같은 만성질환은 물론 협심증, 급성 심근경색, 뇌졸중 같은 심뇌혈관질환의 원인이다.

나잇살이 위험한 또 다른 이유는 근육의 감소다. 근육은 우리 몸에서 생각보다 중요한 역할을 한다. 면역력을 높이고 염증은 줄인다. 온몸에 피가 돌고 호흡하는 것도 사실은 심장 근육과 호흡기 근육(횡경막)이 열심히 운동한 결과다. 근육이 줄어들면 인슐린 기능도 떨어져 당뇨병에 걸리기 쉬워진다.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임수 교수는 “나잇살은 나이가 들면서 체성분 변화와 함께 나타난다”며 “지방이 근육을 대체하는 과정에서 노쇠해지고 각종 질환 위험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나잇살을 빼려면 두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근육을 키우고 섭취하는 칼로리를 줄이는 것이다. 이때 몸무게나 체질량지수(BMI)에 집착해선 안 된다. 대신 허리둘레와 허벅지둘레를 매주 확인한다. 지방을 태워 허리둘레를 줄이고 근육을 키워 허벅지둘레를 늘려야 한다. 고대구로병원 가정의학과 김선미 교수는 “체중 감량만 목표로 삼기보다 근육이 빠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70대든 80대든 근육은 노력하면 얼마든지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특히 허벅지둘레는 수명과 비례한다”며 “다리 근력을 키우라고 하면 보통 걷기나 등산만 생각하기 쉬운데, 무조건 유산소 운동만 하기보다 근력 운동을 적절히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리·허벅지 둘레 매주 재며 관리

적절한 운동이 필수다. 근력 운동을 적절히 혼합해야 효과가 크다. 나잇살이 찌는 부위가 다른 만큼 성별에 따라 운동법도 조금 달라져야 한다. 남성은 30대 이후 현저히 감소하는 근육을 채우는 게 핵심이다. 운동 계획을 세울 때 유산소 운동보다 근력 운동의 비율을 더 높게 잡는다. 식단은 단백질 위주로 짜는 게 좋다. 여성은 근육을 키우는 것보다 지방을 줄이는 쪽으로 계획을 세운다. 불포화지방산과 복합 탄수화물로 구성된 균형 잡힌 식단을 챙겨 먹으면서 유산소 운동은 주 5회, 근력 운동은 주 2회 정도로 하면 효과적이다.

칼로리를 줄일 때도 주의할 점이 있다. 20~30대처럼 무작정 굶거나 끼니를 거르는 다이어트는 역효과를 부른다. 기초대사량보다 적은 에너지를 섭취하면 근육 조직이 파괴된다. 세끼를 모두 먹되 평소 먹던 양의 3분의 2만 먹는 것이 적당하다. 얼마나 먹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먹느냐다. 핵심은 단백질이다. 단백질은 근육의 재료다. 체중(kg)당 하루 1~1.2g의 단백질을 섭취해야 한다. 탄수화물은 되도록 줄이는 게 좋다. 내장지방은 남는 포도당에 의해서도 쌓이기 때문이다. 임수 교수는 “밥심으로 산다는 노인이 너무 많다”며 “탄수화물 위주의 식습관은 내장지방을 더 찌운다”고 지적했다.

김진구 기자 kim.jin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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