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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현대 거장들 작품 박물관|일「하코네」조각의 숲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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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06면

일본의 명소로 손꼽히는 하코네 (상근) 의「조각의 숲」은 88올림픽 야외조각공원을 추진중인 우리나라에 많은 교훈을 준다. 규모·전시내용·운영 등을 알아보고 우리의 야외조각 공원은 무엇이 문제인지 점검해 본다.
일본 동경에서 서남쪽으로 2시간 가량의 자동차거리. 일본 최고의 온천 휴양지인 하코네 (상근) 산록 입구인 하코네 유모토 (온천)서부터 꼬불꼬불한 산길을 오르면 표고 5백50m 중턱의 「조각의 숲」박물관에 이른다.
2만3천평의 박물관에 첫발을 디디면 대중의 귀에 익은 「로댕」 「부르델」 「헨리·무어」 「막스·에른스트」「뒤뷔레」「자코펫티」 등 근대, 또는 생존 현대 거강들의 작품이 방문객을 압도한다.
이 「조각의 숲」에는 서양의 근·현대 최고작가 98명의 작품 2백50여점과 일본작가 1백1명의 2백여점이 크고 작은 공간에서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전시돼 있다. 특히「피카소」의 회화·도자기·조각작품 2백50여점은 별관전시실에 따로 전시돼 있다.
이 「조각의 숲」에는 「피카소」관을 비롯, 「만수」 전시관 등 4개의 실내전시관이 있고 야외전시장도「헨리·무어」전시장이 2곳, 「부르델」 전시장이 1곳 등 종류별·작가별로 구분, 작품을 진열해 감상이 쉽도록 돼 있다.
이 「조각의 숲」은 69년 후지TV와 산케이신문 사장이던 「시카나이·노부다카」(녹내신륭·74) 현관장이 거의 개인적이고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설립했다.
당시 모텔 하코네로 숙박·관광지였던 곳을 개조,작품 2백여점으로 시작된 이 야외조각전시장은 l8년이 지난 현재 작품 7백여점의 대규모 조각박물관으로 성장했고, 현재 나카노 (장야) 현에규모 3만평·작품 3백여점의 자매전시장인 「우쓰쿠시가하라」(미원) 고원야외조각전시장 (81년설립)까지로 발전하는 대성공을 거두고 있다. 이 같은 성공은 연간 관람객 1백50만명, 입장료수입 15억엔(90억원)의 수익으로 잘 증명되고 있다.
「조각의 숲」 재단은 지난해 뉴욕미술시장에서 「헨리·무어」작품 15점을 1천만달러 (83억원) 에 현금으로 구입, 세계를 놀라게 했을 정도로 재력도 튼튼하다.
「조각의 숲」 운영에는 일부비판도 없지 않으나 대체로 지난 20년간의 성공적인 비약은 조각공원에 관심 있는 각 국의 관계자들에게 좋은 교훈을 남기고 있다.
서울올림픽대회가 추진·실행중인 야외조각 심포지엄은 정상급 외국작가들을 서울에 초청, 그들의 작품을 올림픽공원에서 제작해 올림픽을 기념하는 야외 조각공원을 만드는데 있다.
그러나 하코네의「조각의 숲」이 지금까지 면적에서 2배, 작품 수에서 5배로 확장되고 더욱 발전의 소지가 있는데 비해 서울 올림픽공원의 야외조각공원은 몽촌토성과 올림픽경기장이 함께 들어서 있는 「한정된」 공간밖에 없어「조각의 숲」 같은 장기적 발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또 「조각의 숲」이 독립문화재단으로 자체성장을 주도해 나가고 있는 것과 달리 올림픽조각공원은 서울올림픽이 끝날 경우 조직위마저 해체되는 한시성 때문에 장래관리와 발전에도 한계가 있다는 것은 다시 검토돼야할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서울올림픽 조각공원이 「기념사업」이라는 특성에서 차이점은 있지만 68년 멕시코시티 올림픽기념으로 만든 멕시코시티의 중심가 레포르마가의 각국 기념조각상들이 현재 시민들의 관심밖에 버려져 있다시피된 사실을 교훈으로 삼아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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